[사설] 이재명 신청은 권리, 한명숙 논란은 정치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공개변론을 신청했다. 대법원에 상고 중인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이다. 사회 한편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뇌물 수수 사건이다. 두 경우 모두 대법원과 연계된 검색어로 분류된다. 일반 국민에는 자칫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법률적 지식이 깊지 않으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흡수하는 여론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점은 분명히 경계해 두고자 한다.

이재명 지사 측 신청은 통상의 절차에 따른 권리 주장이다. 이 사건의 판결은 1심 무죄, 2심 유죄다. 3심(상고심)은 계류 중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재판 진행 중의 방어권은 피고인 권리다. 공개변론 신청도 그런 방어권에 하나다. 당연히 법률도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90조는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사정에 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해 놨다. 이걸 신청한 것이다. 정치 행위 이전에 보편적 권리 행사다.

변론 신청이 이뤄진 선례도 많다.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최근), 권선택 대전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2016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법 위반 사건(2018년) 등이 그런 경우다. 정치와 무관하다. 소송 절차다. 재판 당사자 권리다. 그 당사자가 이 지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이 나오긴 한다. 친문(親文)이 어떻고, 정치적 판단이 어떻고 한다. 법률적으로 맞지 않는 해석이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신청이다. 대법원이 판단하면 된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전혀 다르다. 대법원에 의해 유죄로 종결된 사건이다. 법률적으로 보면 끝난 사건이다. 이게 지금 논란을 키워가고 있다. 그 절차가 다분히 비법률적이다. 여권 일부에서 불을 지폈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호응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판결문을 재분석해가며 분위기를 띄운다. 확정 판결에 대한 법적 절차는 재심신청이 있다. 하지만, 오늘 현재까지 한 전 총리 측의 재심 신청은 없다.

이에 대한 법률적 견해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정리했다. 그는 “확정 재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염려가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재심을 신청하고, 재심에 의해 밝혀지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논란의 핵심을 짚었다. 법이 정한 절차가 아닌 정치ㆍ여론적 선동은 법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일침이다.

혼돈할 것도 없고, 혼돈해서도 안 된다. 한 전 총리의 ‘무죄 논란’은 외면하는 게 맞다. 그게 사법부의 자세다. 이 지사의 ‘변론 신청’은 답변하는 게 맞다. 그게 사법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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