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발생 8개월째…재입식은 ‘오리무중’, 농가는 ‘생계막막’

“2천500여두의 돼지를 기르던 공간이었는데 거의 1년간 방치되다 보니 이제는 폐공장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8개월째 농장의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정부가 살처분 농장의 돼지 재입식을 여전히 금지, 농장들이 생계 곤란을 호소하며 재입식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찾은 김포시 통진읍에 위치한 태연농장. 이곳은 대한한돈협회 김포시지부장 임종춘씨(64)가 운영 중인 돼지농장이다. 국내에서 ASF가 유행하던 지난해 9~10월 태연농장 내 사육돼지들에게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 농장 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태연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2천590두는 모두 예방적 살처분됐다.

이에 태연농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돼지를 기르지 않고 있다. 이날 찾은 농장의 돈사 10개동은 모두 텅텅 빈 채 먼지만 잔뜩 쌓여 있어 폐공장을 방불케 했다. 사육공간을 나누는 철제 칸막이는 녹이 슬어 살짝만 건드려도 용접한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사료 급식기와 환풍기도 꽤 오랜 시간 가동을 하지 않았는지 전기코드가 모두 뽑혀 있는 상태였다.

농장주 임종춘씨는 정부가 주는 긴급생활지원금(한달 67만원)으로는 기본적인 생계 활동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임씨는 “살처분을 끝낸 후 어느 정도 시간은 그동안 마련해놓은 자금으로 생활이 가능했지만 거의 1년간 수익 활동을 못하다 보니 이제 정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과거 구제역 발생 때도 살처분 난관을 겪었으나 지금처럼 오래 재입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농장에서 ASF 발생 사례는 없다. 양주와 포천처럼 농장 내 소독을 엄격하게 하고 멧돼지 퇴치 규칙만 잘 지키면 충분히 ASF 막을 수 있는데 정부는 김포가 오염지역이라며 재입식 불가 입장만 고수 중”이라며 “이런 와중에 정부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농장 현실은 외면한 채 자기들이 ASF 잘 막아냈다고 선전만 하는 우스운 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돼지 2천500여 두를 예방적 살처분 당한 김포의 한 돼지농장에서 28일 농장주가 텅빈 축사를 바라보고 있다.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내 살처분 농장들의 돼지 재입식이 금지되자 농장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돼지 2천500여 두를 예방적 살처분 당한 김포의 한 돼지농장에서 28일 농장주가 텅빈 축사를 바라보고 있다.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내 살처분 농장들의 돼지 재입식이 금지되자 농장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대한한돈협회도 경기북부ㆍ강원지역의 ASF 피해농장의 재입식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청와대와 정부 서울청사 등 10개소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재입식이 금지된 도내 지역은 파주ㆍ연천ㆍ김포 등 3곳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구성된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ASF 예방을 위해 여름까지 사육돼지의 재입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접경지역 7개 시ㆍ군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계속 발견되고 오염지역이 확대된 상황에서 사육돼지로 인해 다시 번질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ASF 긴급행동지침(SOP)은 재입식 시기를 발생농장의 경우 이동제한 해제일(종식)로부터 40일이 지나고 이후 60일간의 입식시험에서 이상이 없을 때로 정하고 있으며, 발생농장 반경 500m 내외 농장은 입식시험 이상이 없는 경우 바로 가능하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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