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선 캔커피 못 산다?” 스쿨존 내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논란

“학교 앞 슈퍼에선 캔커피도 못 사 마시는 건가요?”

정부가 최근 학교 주변 200m 이내 캔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학교 인근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매 물품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우려와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 탓이다.

28일 수원시 팔달구의 A 초등학교 바로 앞에서 8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J씨(51)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J씨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운데 캔커피가 20%가량 차지하기 때문이다. J씨는 “법이 개정돼서 만약 단속이라도 하게 되면 매출 감소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차라리 술이나 담배처럼 아이들에게 판매를 금지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용인시 기흥구 B 초등학교 인근 편의점 점주 L씨(43)는 정부의 이번 방안을 두고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L씨는 “학교 근처라 해도 학생보다 어른들 매출이 높은데 단순 구역을 지정해 판매를 제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혀를 찼다.

학교 인근 주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B 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N씨(33)는 “우리 집은 학교 바로 앞인데, 캔커피를 사먹으려면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것이냐”고 언짢음을 나타냈다.

앞서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 4일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담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고카페인 음료(카페인 150㎎/㎏ 이상) 판매 제한 지역을 학교 주변 200m 이내인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전체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식약처는 올해 8월까지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판매 제한 대상과 범위를 확정하고 9월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단순 구역을 정하는 방식은 구역만 벗어나면 청소년도 고카페인 음료를 구매할 수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구역이 아닌, 나이를 제한해 각각 16세 미만과 14세 미만 아동에게 고카페인 음료 등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특별법 개정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법 개정이 어린이들 말고 성인들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논의 과정을 거쳐 부족한 점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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