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주 경기남부청장 "이천 물류창고 화재, 원청과 시공사의 공사기간 단축 시도 확인"

38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이 발주처 및 시공사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또 경찰은 설계도에 없는 부분을 임의로 시공하거나 안전관리를 미흡하게 한 부분 등도 확인, 공사 관계자 17명을 형사 입건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주처(한익스프레스)와 원청 시공사(건우)가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다고 판단할 근거들을 확보했다”며 “수사 진행 사항으로 보면 놀랄 정도로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배 청장은 “설계도에 없는 부분을 임의로 시공하거나 용접과 배관공사를 병행한 부분 등도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용접 공정에서 불꽃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 작업을 할 때는 단일 공사만 해야 하고, 위험한 공사를 하는 데 대한 계획서를 세우고 화재 안전관리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인 공사 관행일 수도 있으나 평상시의 공사 관행도 사고 당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고 관련자 80여명 이상을 140여차례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17명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ㆍ건축법 위반ㆍ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입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이어 배 청장은 “개인 형사 처벌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공사 단계마다 안전 관리 수칙을 어기거나, 이익을 내고자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다 보니 인원도 많이 투입됐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입건한 피의자들은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용주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우리나라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이춘재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확보한 DNA로 이춘재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재수사했다. 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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