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취업난에 추억도 사치”… 사라져 가는 졸업앨범

경기도의 한 사립대 경제학과는 오는 8월 졸업자들의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졸업예정자가 40명 가까이 되지만 앨범 제작에 필요한 최소 인원 4명(10%)을 채우지 못한 탓이다. 졸업생들은 “취업도 못한 마당에 비싼 졸업앨범은 사치”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에서 8월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취준생 L씨(27)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졸업사진 촬영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L씨는 “일찍이 취업에 성공한 동기들에 비해 여전히 취준생인 본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인다”며 “사진을 위한 의상과 메이크업 등에 쓸 경제적 여유도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대학생활 추억의 마침표로 여겨졌던 졸업앨범이 사라지고 있다. 길어진 취업난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캠퍼스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앨범조차 찬밥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2일 경기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졸업앨범 구매자는 해마다 줄고 있다. 성남 A 대학은 지난 2월 졸업생 4천700여명 중 졸업앨범을 신청한 학생은 전체 7% 남짓인 300여명에 불과했다. 포천 B 대학 역시 2018년 약 25%에 달했던 앨범 신청률이 지난 2월 약 15%로 줄었다.

김포의 C 대학은 해마다 졸업앨범 신청률이 감소하자 졸업앨범 자체를 없앴다. 졸업앨범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제작 단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졸업앨범 대신 학생들의 취업 증명사진 촬영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곳 대학 관계자는 “졸업앨범 제작을 멈추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취업 증명사진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는 앱으로 졸업앨범을 제작해 배부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졸업앨범을 포기하는 이유는 일단 비용이다. 5만∼8만원 상당의 앨범 비용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촬영 시 입는 의상 대여, 메이크업 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대학마다 주인 없는 졸업장을 처리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학과 사무실마다 학생들이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과 졸업 선물이 수년째 쌓이고만 있다. 도내 한 사립대 신문방송학과사무실 관계자는 “보관 기간을 정하고 나서 졸업생들에게 ‘기간을 초과할 시 일괄 폐기하겠다’는 연락을 해도 찾아가는 사람들 드물다”며 “보관공간이 한계에 달해 골칫덩이로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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