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 시절 좌우명은 ‘자신과 타협하지 말자’ 였습니다. 경찰 생활에서도 마찬가지 각오로 범죄자를 잡아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경찰 배지를 단 금메달리스트가 성남 수정구 치안을 책임진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73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성남수정경찰서 형사과 소속 최용신 경장(42)은 지난 2015년 경찰청 무도 특채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수정경찰서 유일한 무도 특채다.
유도계에서 최 경장의 이력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화려하다.
2000 시드니올림픽 5위를 비롯해 2004 독일오픈 국제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며 지난 1999년부터 코리아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에서 3연패를 했다.
더구나 지난 2005년 한국마사회 유도팀 코치 생활을 시작하면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현 용인대 교수,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 등을 지도했다.
유도계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그가 경찰 배지를 단 이유는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 때문이다.
최 경장은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기에 경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그러다 아버지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할아버지 얘기가 생각났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 작전에서 순직한 할아버지는 강직한 성격으로 어려운 일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대표를 하면서 나라에 충성했던 제가 경찰로서 국가에 충성, 더 좋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아버지 얘기를 들었다”며 “할아버지처럼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특채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유도 경력과 오랜 시간 다져진 그의 체력은 경찰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17년 수진동 마작판에서 행패를 부렸던 중국인 조폭이 도박장에 다시 기웃거린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최 경장은 “인근 식당에서 수상한 남자가 갑자기 저를 밀치고 8차선 도로에 뛰어들었다. 손목시계 가죽 줄이 끊어질 정도로 죽을 힘을 다해 뛰어 그를 잡았다”며 “다음날 그 중국인이 ‘달리기 하나는 자신 있는데 어떻게 나를 잡았냐’고 묻자 ‘유도 국가대표였다’며 제 귀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그의 꿈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에 계획이 없었던 경찰 생활을 하면서 상상하지도 못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봤기에 최 경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그는 “혈기왕성한 20대 때 이성도 만나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었지만 ‘자신과 타협하지 말자’는 신념으로 운동에 임했다”며 “이러한 각오라면 범죄자들과 타협하지도 않는다. 선량한 시민들이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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