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완연한 초여름이다. 대구 경북 지역은 더 하다. 체감 온도 30도에 육박한다. 이 더위에 아스팔트를 걷는 학생들이 있다. TK 지역 4년제 대학 학생 대표다. 2일 경북 경산시를 출발했다. 오는 10일 교육부에 도착한다. 꼬박 8박9일을 걷는 국토대장정이다. 요구 사항은 등록금 반환이다.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권고하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이미 전달한 메시지다. 학생들이 고생 길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부가 답이 없다.’ ▶총선 때는 이렇지 않았다. 각 정당이 앞다퉈 등록금 반환을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대학ㆍ대학원생에 100만원씩 주자고 했다. 지급 주체는 정부였다. 엄밀히 등록금 반환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대신 선지급하자는 뜻이다. 사실상 등록금 반환이었다. 정의당은 아예 전액 반환을 주장했다. 민주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학에 대한 추가 재정지원방안을 약속한다고 했다. ‘(대학은) 등록금 반환을 포함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었다. ▶젊은 표 매수(?) 전술이었나. 선거 후 달포가 지났다. 등록금 반환 논의가 사라졌다. 이긴 여든, 진 야든 말이 없다. 그 사이 1학기는 끝나간다. 기말 고사를 예고한 대학이나 학과가 많다. 정상적 일정이면 막판이다. 학생들만 초조해졌다. 소송을 하겠다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나온 게 ‘뙤약볕 국토대장정’이다. 이제서야 정치권이 논의한다. 통합당은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 한다. 정의당은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시키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흘러나온다. 정식 발표는 아니다. 알음알음 전해지는 ‘알려졌다’ 통신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소개된다. “대학혁신사업비 용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이 등록금 반환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주겠다는 얘기다. 대학혁신사업비는 4년제 대학에만 8천억여원이 있다. 대학들은 돈이 없다며 거부했다. 교육부가 대학을 위해 꺼낸 방안이다. 학생보다는 학교 측 입장을 감안한 정책적 접근으로 보인다. ▶대학에서도 얘기가 나오기는 한데…. 반환은 아닌듯하다. ‘특별 장학금’을 얘기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미 특별장학금을 일률적으로 줄지, 아니면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들을 우선 지원할지 등 지급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의 귀띔이다. 정상 수업을 못해서 돌려주는 반환이다. 특별장학금은 뭐고, 가정 형편 구분은 뭔가. 선거 때는 한 방에 해결할 것처럼 하더니…. 선거 끝나니까 이렇게 빙빙 돌리고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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