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전단 살포에 ‘통신연락선 폐쇄’ 강경한 태도
입주기업 피해액 눈덩이, “더는 못 버틴다” 폐업 눈앞
“앞날 불투명… 정부가 경제협력 직접 나서달라” 호소
4년 넘게 피해를 떠안으면서도 품어온 경기도 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희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북한이 연일 남북관계의 완전 파탄을 거듭 경고하고 나서면서 개성공단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액에 “더는 못 버틴다”며 폐업을 고민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입주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정부와 경기도 내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압박하던 북한은 이날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차단,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대남사업의 방향도 ‘대적 사업’인 적대시 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이 사실상 남한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도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국내 123개 업체가 입주했으며, 그중 약 31%(39개)가 경기도 내 기업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이후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시흥 시화공단에서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이사(74)는 개성공단 사업 후 늘어나는 피해액에 노년의 꿈도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는 2008년 8월 약 20억여원을 투자해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했다. 3년 뒤 완구용 플라스틱 생산으로 사업을 변경해 320여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5년에는 연매출 8억원 이상의 최고 수익을 창출했으나 1년 만에 개성공단 가동이 일제히 중단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그의 피해액은 고정자산(건물, 땅, 기계설비 등) 20억원과 유동자산(완제품) 15억원으로 약 35억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개성공단이 갑작스럽게 폐쇄되면서 원ㆍ부자재는 물론이고 완제품까지 두고 나왔다”며 “정부의 피해보전액 평가 방법도 제각각으로 책정돼 절반도 보전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다른 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천의 섬유업체 매스트의 경우 피해액만 80억원을 넘어섰다. 매스트는 2010년 3천400㎡ 규모의 개성공단 부지에 약 10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투자금의 약 50%는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 이후 850여명의 북한 근로자를 채용해 양말과 레깅스, 티셔츠 등을 생산하면서 2015년에는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오롯이 기업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
이와 함께 일산에서 여성구두공장을 운영하는 고문중 평화제화 대표이사(68) 역시 개성공단 중단 여파로 거래처가 끊기면서 200여개에 달했던 매장이 현재 30여개로 축소됐고, 최소 20억원 이상 피해가 발생, 폐업을 고민 중이다.
이에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해 개성공단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는 “개성공단은 남한에도 7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핵심산업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세계정세가 고립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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