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지 경북, 정부에 공식 연기 요청…지방체육계 후폭풍 우려
국내 최대 스포츠 행사인 전국체육대회가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질병으로 인한 개최 무산 위기에 놓여 지방체육에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제101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개최지인 경상북도 이철우 도지사는 10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 영상 회의에서 10월 개최 예정인 대회 연기를 요청했다.
경상북도의 전국체전 개최 연기 요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고, ‘가을 대유행’ 경고가 잇따르면서 선수와 도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철우 도지사는 “전국체전으로 인한 참가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되고 안전이 최우선이다”라며 “방역 당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논의해 올해 대회를 연기, 내년에 열릴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회를 주최하는 대한체육회는 “우리도 보도를 통해 경상북도의 연기 요청 소식을 접했다. 아직 공식 문서화된 요청이 없어 개최 유무를 판단할 수 없지만 공문이 접수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 차기 개최지, 방역 당국 등 관계기관과 회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개최지 도지사가 정부에 대회 연기를 요청한 만큼 사실상 올해 전국체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회 개최 준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경상북도의 ‘개최 순연 요청’의 수용 여부만 남았을 뿐, 사실상 올해 대회는 무산됐다는 게 체육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경우 100년을 넘긴 전국체전은 역대 3번째로 개최를 못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창설된 전국체전은 그동안 중ㆍ일 전쟁과 6.25 전쟁으로 열리지 못했다. 전쟁이 아닌 질병으로 중단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경상북도 전국체전이 무산될 경우 전국 종합체육대회의 개최 취소 도미노 현상이 이어져 국내 체육계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지난 4월 전라북도에서 개최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가을로 연기된 ‘2020 전국생활체육대축전(전북)’과 5월 서울시에서 예정됐다가 미뤄진 ‘제1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제49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9월 개최도 비관적이다. 더불어 전국체전에 이어 일주일 후 경상북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40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전국 종합체육대회의 개최 취소 도미노가 가져올 파장에 지방체육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종목별 대회가 3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체전 취소가 가져올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3 학생선수들의 진로 결정 차질과 시ㆍ군청 직장운동부의 운영 및 지원 위축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승생 경기도체육회 차장은 “전국체전이 열리지 않을 경우 종목별 대회 개최도 불투명해 진학과 취업을 앞둔 고3 선수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라며 “전례없는 상황에 일선 현장의 지도자들도 많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국체전 취소 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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