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아이들도 못 지켜주는 실정인데…저출산 문제 해결하자고 아이 낳으라고 강요만 하면 되나요?”
국제노동기구(ILO)가 아동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제정한 ‘제19회 세계아동노동반대의날(6월12일)’을 맞았으나 최근 창녕과 천안 등에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제 기념일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올해 경기지역에서도 여러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아동학대를 예방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도내 아동학대 신고접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6년 5천953명이었던 도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2017년 7천98명, 2018년 8천387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 여주에서는 장애를 앓고 있던 9살 의붓아들을 찬물이 든 욕조에 장시간 앉아 있게 해 숨지게 한 계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계모는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언어장애 2급을 가진 의붓아들이 저녁식사 준비를 방해하고 집 안을 떠들면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학대를 시작했다. 의붓아들은 계모에 의해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1시간가량 속옷만 입은 채 앉아 있다가 결국 숨졌다.
같은 달 수원에서는 4살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가한 친모가 경찰에 검거됐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모가 여러 차례 아들을 아동보호시설로 보내고자 했으나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학대를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에는 파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3살 원아를 학대한 사실이 확인돼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파주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을 구속했다. 원장은 3살 원아의 머리와 뺨 등을 10여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원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원아 모집이 잘되지 않자 스트레스를 받아 화풀이로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다음달 9일까지 전국의 학대 위기 아동 2천3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는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참여한다. 경찰이 관리 중인 학대 위기 아동은 총 2천315명으로 위험을 뜻하는 A등급 아동이 1천158명, 우려에 해당하는 B등급 아동은 1천157명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민법 개정을 통해 부모가 훈육을 빙자해 아동을 체벌하는 행위를 법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민법 제915조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고자 필요한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 중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같은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보고 해당 조항의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은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아동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민법 개정과 함께 부모로서의 역할, 아동학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부모가 이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 등에 대한 사회적 교육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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