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회의원과 보좌진

김재민 정치부 부장 jm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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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끝나고 며칠 뒤 경기 지역 초선 A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은 좋은 보좌관 한 명을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수소문해서 한 명을 추천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 모시고 있던 중진 의원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실업자가 될 뻔 했던 그 보좌관은 A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비례대표 B의원 보좌관으로 안착했다.

그 보좌관이 B의원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의원회관 사무실을 전망 좋은 방으로 잡은 것이다. 국회 분수대와 넓은 잔디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B의원 방은 중진들이 선호하는 방으로, 비례대표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지만 보좌관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뜻밖의 행운을 잡게 됐다.

다른 도내 초선 C의원과 오찬을 할 때의 일이다. 배석했던 보좌진이 신고 있던 구두를 들어 보였다. 의원이 “잘 해보자”며 새 구두를 선물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에게는 선물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은근히 약을 올렸다.

또다른 도내 초선 D의원 보좌진은 독특한 명함을 만들었다. 대부분 ‘OOO 의원 △△△ 보좌관(비서관, 비서)’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예쁜 캘리그라피로 ‘OOO와 함께 하는 △△△보좌관(비서관, 비서)’이라고 쓰고 점자도 넣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C·D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배려, 이들의 팀워크가 의정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한 도내 의원은 아니지만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 박수영 의원(부산 남갑)은 ‘종이문서 없는 국회의원 사무실’을 선언했다. 의원과 보좌진이 회의할 때 노트북이나 패드를 들고 참석한다고 소개, 혁신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일부이지만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20여 일이 됐음에도 아직 보좌진 진용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도내 의원실이 눈에 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분발해서 좋은 보좌진과 팀워크를 발휘해 멋진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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