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빈집 ‘아슬아슬’ 방치…주민들 “벽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해”

인천 중구에 장기간 방치한 빈집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악취는 물론 빈집을 통해 인근 주택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는 사실상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18일 오전 10시께 중구 관동2가 인근에 있는 한 2층 주택.

지붕이 부서져 반쯤 뚫린 빈집이 양쪽 옆 주택에 의지해 위태롭게 서 있다. 집의 수평이 무너진 듯 현관문의 오른쪽이 내려앉으면서 외벽을 이루는 벽돌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다. 집 뒤편에는 문을 지탱하던 나무 기둥이 부서져 나뒹굴고, 전기 배선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버려진 스티로폼 박스, 폐비닐 뿐 아니라 동물의 배설물이 발 디딜 틈 없이 자리해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옆집에 사는 오청자씨(75)는 구에 여러차례 민원을 넣어도 달라지는게 없다고 호소했다. 오씨는 “빈집의 지붕이 뚫려서 우리집까지 빗물이 넘쳐 벽지를 몇 차례나 덧바르고 스티로품까지 덧댔지만 곰팡이가 생겨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어 “빈집에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게 무려 18년 전이지만 해마다 민원을 넣어도 달라지는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옆집과 외벽을 맞대고 있는데, 장마철에 옆집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빈집의 오른쪽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지성씨(27)도 폐가로 변한 옆집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했다. “올 초 카페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데, 폐가가 바로 옆에 있으니 미관상 좋지 않다”며 “빈집에 길고양이가 드나들어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로 시끄럽고, 배설물 냄새가 지독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구는 빈집의 소유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빈집을 관리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사망한 집주인이 아직까지 집의 소유자로 등록돼 있는 상황이라 강제 철거를 하는 등의 뚜렷한 방법은 없다”면서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상속자를 수소문해서 관리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민원을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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