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제주도를 간다고?!”…학교 내팽개친 교장

코로나19 사태에서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학교 관리자들이 제주도로 출장을 떠나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지역 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시기에 부적절한 출장에 나선 이들을 향한 지탄을 쏟아내고 있다.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로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원 연수는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수도권 중심의 감염 확산이 이어지는 데 따른 조치다.

이 같은 비상 상태에서 부천 중동의 A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22일 제주도의 한 리조트로 4박5일간의 출장을 떠났다. 내년 8월 퇴임을 앞두고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주관하는 은퇴설계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48만3천원에 달하는 교육 참가비용은 출장 명목으로 A 초교의 예산에서 사용됐다. 해당 교육은 필수 과정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만 직접 신청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을 접한 도내 교육계에서는 제주도로 떠난 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퇴직이 1년 넘게 남았는데 굳이 이 시국에 제주도까지 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감염 우려 탓에 교사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학교를 책임져야 할 수장은 제주도로 여행을 간 셈”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은퇴설계교육에는 퇴임을 앞둔 경기지역 교사들이 여럿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이유로 참가자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또 부천 원종동의 B 초등학교 교감 역시 24일부터 2박3일간 제주도 출장을 강행하려다 본보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이 교감은 오는 9월 교장 발령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B 초등학교에서는 50대 교사가 과로 등을 이유로 수업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와중에 학교 책임자인 교감이 필수사항도 아닌 교육을 이유로 제주도행 출장을 떠나려 한 것이다. 출장 내용은 학교숲 조성, 학생 정서 발달 등에 대한 교육으로 파악됐다.

해당 교감은 “개인 일정을 어디서, 어떻게 알아냈는지 말하기 전까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겠다”라면서도 “여태 미뤄진 교육이 이제 진행돼서 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욱이 부천은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앓으며 이날 0시 기준 경기지역 누적 확진자의 14%(160명)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천지역 초등학교 2곳에서 교직원 확진자가 발생해 학교마다 방역 고삐를 바짝 당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천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 책임자들의 출장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맹성호 부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반드시 필요한 연수라면 어쩔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서 꼭 가지 않아도 될 출장을 떠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해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는 시기인 만큼 가급적 출장 취소를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숙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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