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간식도 ‘보존식’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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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첫 식중독균 증상 원아는 지난 12일 나왔다. 원생과 가족, 교직원 등 전수검사 대상 361명 가운데 29일 오후 6시 기준 유증상자는 116명이다. 유증상자 가운데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58명이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도 16명이나 됐다. 뒤늦게 증상을 보인 HUS 환자 한 명은 원생의 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태가 심각한 4명은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다. 급식 외 간식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데 해당 음식의 보존식이 없어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위생법은 집단급식소를 운영하는 자는 조리ㆍ제공한 식품의 매회 1인분 분량을 영하 18도 이하에서 144시간 이상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위생사고 발생 때 원인을 규명하려는 조치다. ‘보존식’은 단체 급식소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의무사항인 셈이다.

▶A유치원은 6월10일 간식으로 제공한 궁중떡볶이를 비롯해 우엉채조림(6월11일 점심), 찐 감자와 수박(6월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6월12일 간식), 아욱 된장국(6월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6월15일 간식) 등 첫 증상이 나타난 12일 전후로 6건을 보관하지 않았다. 보관하지 않은 건지, 보관하다 폐기 한 것인지도 명확지 않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고의로 폐기한 것은 아니며 저의 부지로 인해 그런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관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거다.

▶식품 위생법은 조리한 것과 제공한 것 모두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배식 전 보존식 확보’를 규정해 놓고 있다. 배식하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게 아니라 보존식을 마련하고 배식하는 게 순서다. A유치원은 배식 후 남아야만 보관한 탓에 평소에도 남지 않을 땐 보관하지 않았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그런데도 유치원 원장은 몰랐다고 한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한 술 더 떴다. 29일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간식은 법적으로 보존식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오후 입장을 번복했다. 역시 몰랐다는 거다.

▶학부모들이 궁금한 건 사고 원인이다. 이번 사태로 5세 아이가 HUS 진단을 받았다는 한 엄마는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도대체 어떤 음식을 먹여야 아이들이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햄버거병으로 밤낮으로 고생하며 병들어 갈 수 있는 겁니까’라며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이 유치원 내 CCTV와 급식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몰랐다는 말로 덮기엔 사안이 너무 크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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