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송호고등학교 ‘미래교육’ 특별한 이야기

건강·행복지수 높이는 교실 안 초록숲

▲ 송호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실 내 수직 정원에 물을 주고 있다.(왼쪽) 숲속 같은 친환경 교실로 조성된 시범교실 전경.
▲ 송호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실 내 수직 정원에 물을 주고 있다.(왼쪽) 숲속 같은 친환경 교실로 조성된 시범교실 전경.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실은 어떤 의미의 공간일까? 1m 이상 거리두기를 하고 책상에 앉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대화는 금지다. 급식실 안에서는 독서실처럼 개인 칸막이를 한 테이블에 앉아 사실상 혼자 밥을 먹는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더이상 재미있는 공간이 아님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어릴 적부터 학교 안에서 좋은 공간을 경험해 온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보다 등교 수업하기를 원한다. 일주일에 1~2번 가는 학교. 마음대로 웃고 떠들 수 없는 학교. 이 같은 학교의 현실을 반영해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변한 학교라는 공간을 머물고 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행복한 곳, 대화가 학습으로 이어지는 곳, 숲속 여행 같은 친환경 교실 조성하고 있는 안산 송호고등학교(교장 황교선)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학생 건강과 행복지수 ‘자연’에서 답을 찾다

지난해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학교 내 공기정화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정기적 필터 청소와 교체 등 사후관리 문제, 소음과 환기 부족 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및 유해가스 처리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새로운 난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와 최근 코로나19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건강과 행복지수 그리고 학습효과의 연결고리를 탐구해 온 송호고는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송호고는 6월28일 4개 기관과 ‘기후환경변화로부터 안전한 친환경 교실’ 업무협약을 맺고 인권·환경·교육·연구 등 각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친환경 교실을 조성했다.

친환경 교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도록 생각, 행동 양식, 주변 환경을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한 공간이다. 학생들이 주체가 돼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탐색하고 생명과 교감하는 체험을 통해 실천적 삶의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자연과의 호흡 속에서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이 탄생한 것은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교육의 탐색에 헌신해 온 4개 전문기관이 뜻을 모으고 손을 맞잡은 결과물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는 전체적인 기획과 교실 환경 구축을 지원하고 인천대학교 환경융합기술연구원은 학급 공기질 실태조사와 전문가 연구를 맡는다. 또 지역의 환경문제 대안을 만드는 사단법인 자연의벗연구소가 학생 환경교육과 기후환경대응 워크숍 및 캠페인을 진행한다.

■ 공기정화식물로 1, 2학년 총 6개 교실 시범 운영

2003년 개교한 송호고는 현재 42개 학급, 1천704명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 가운데 1, 2학년 총 6개 교실(대조 교실 포함)에 시범적으로 운영될 친환경 교실은 자연이 과학과 만나는 최첨단 숲속과도 같다.

초원을 연상시키는 푸른 잎들은 공기정화식물들로 엄선된 스킨답서스, 엔젤, 스파트필름, 스노우사파이어, 홍콩야자 등이다. 이와 함께 온도 센서와 수위 센서, 수중 펌프 등 스마트 기능을 갖춘 수직 정원도 설치됐는데 이는 탄소동화작용의 원리로 밀집공간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학생들의 일상적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감 및 온도, 습도,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변화가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D: Digital Information Display)를 통해 실시간 체크된다. 알림 메시지로 경각심을 일으키는 교실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은 환경과 조화를 이뤄 나가는 슬기로운 자연인의 생활을 응원한다.

송호고 친환경 교실의 학생들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안을 창조할 역량을 기르게 될 것이다. 친환경 교실은 칠판과 책걸상이 주된 물리적 환경이었던 전통적 학습공간의 개념을 탈피했을 뿐 아니라 아이패드와 와이파이존 등 디지털네이티브 세대들의 IT 교실에서 흔히 경험되는 개인주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친구와 함께 초록 식물의 공기정화를 체험하고 생명과 소통하며 자연과 벗이 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연구자가 되고 토론자가 되며 문제해결자가 된다. 피로한 눈에 초록빛 휴식을 선사하고 맑은 공기로 충전하며 기분 좋은 대화로 서로를 격려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학교 공간혁신의 물결에 자연과 과학을 접목시키고 학생들을 배움의 주인으로 초대한 친환경 교실에서 학생들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공동의 책임감과 지혜를 익혀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6개 교실을 시범 운영으로 시작하는 친환경 교실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연구 보고를 통해 환경적, 교육적 시사점을 밝히고 효과의 검증에 따라 확대ㆍ운영 방안이 추후 적극 검토될 예정이다.

황교선 교장은 “송호고는 심신의 건강이 학습의 선(先) 조건임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건강을 각별히 챙겨왔다”며 “송호 교육공동체는 이번 친환경 교실 개막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습환경의 조성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고 공생과 조화의 가치를 일깨우는 미래교육의 나침반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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