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닫힌 하늘길을 열고자 ‘기업인 패스트트랙 제도’를 신설했지만, 경기지역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항공편과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지연 등으로 사실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외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ㆍ중 양국은 지난 5월 1일 기업인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합의했다. 현재 중국에는 약 2만8천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했으며, 이 가운데 패스트트랙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간 우리 기업인 수는 약 3천명으로 확인됐다.
도내 중소기업계는 패스트트랙 제도 자체가 ‘그림의 떡’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할뿐더러 항공편이 없어 사실상 언택트(비대면) 계약 체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40억원 규모의 냉장고부품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구정(1월 25일) 이후 5개월째 중국 현지공장을 방문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신청한 비자 발급이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아예 항공권 예약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바이어와의 계약이 취소되는 등 피해액(100억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씨는 “3월 초 비자 발급을 신청했는데도 아직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인 특성상 대면계약을 중요시하는데, 언택트 계약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국 칭다오에서 냉동고부품 생산공장을 관리하는 B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역시 한국에 들어가면 언제 중국으로 나가는 항공편이 생길지 몰라 어쩔 수 없이 5개월째 중국에 잔류하고 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국발 항공편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본사의 요청에 따라 직원 2명과 함께 중국에 체류 중”이라며 “현재 중국 현지에 남아 있는 중소기업 임직원들은 우리와 같은 이유로 발이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국내 3개 항공사(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제주항공)와 중국 7개 항공사가 일주일에 1편씩 운항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사의 경우 7, 8월 항공편 전석이 매진돼 예약조차 불가하다. 더욱이 최근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중국 중앙정부가 비자 발급을 승인해도 지방정부에서 방역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비자 발급 자체가 까다로워져 중소기업인들의 중국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기회를 얻은 기업인들도 상당수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항공편 재개와 비자 발급 문제들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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