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개·사과·재발방지에 왜 침묵하나 ...제주 연수 교직원들, 부끄러운 줄 알라

때론 미적지근한 태도가 여론을 분노케 하는 경우가 있다.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이 늦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부천 지역 일부 교직원의 제주도 은퇴 연수가 그렇다.

본보가 처음 보도한 문제의 실상은 이렇다. 부천지역 일부 교직원들이 제주도 출장을 다녀왔다. 대부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교직자들이다. 출장의 목적은 은퇴설계 교육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호텔에 숙식하며 연수를 받는다. 당연히 다수 참가자가 함께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우려가 있다. 6월 초부터 수도권을 공포로 몰아넣는 감염 경로도 이런 소모임이었다. 참여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처음 보도 때는 한두 명이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실태 파악을 거치며 그 수가 17명으로 늘어났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즉시 반응했다. 본보 보도 하루 만에 관련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주관하는 기관에서조차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참여했던 당사자들은 말이 없다. 어느 학교 교직원인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 당국에서도 말이 없다. 학생ㆍ학부모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ㆍ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부천교육지원청 창사 앞에서의 릴레이 시위다. 이 같은 뜻을 국민신문고에도 올렸다. 경기도교육청을 향한 목소리다. 자녀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의 관리직들이다. 그들이 방역의 기본을 망각한 소모임을 다녀왔다. 당연히 따질 수 있다. 요구도 복잡하지 않다. 명단 공개, 당사자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이게 어렵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인의 신상 보호는 제한되고 있다. 확진자의 주소, 동선이 모두 공개된다. 동선에 포함된 식당 등 업소는 실명이 공개된다. 모두가 감수한다. 그게 사상 최악의 전염병 정국에서 국민이 갖는 집단 지성이다. 그런데 왜 수백~수천명이 모이는 학교 관계자는 외면하고 있나. 소모임 자제는 방역 당국이 공식적으로 하달한 명령이다. 이걸 위반했다. 사과해야 한다. 재발방지는 최소한의 도리다.

경기도교육청은 “관할 학교의 지도ㆍ감독은 해당 교육장에게 위임된 사항”이라며 한 발 빼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에 대해선 “법률에 의해 일체의 처리 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고 입을 닫는다. 해당 교육청은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하고, 책임 교육장은 연락이 안 된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혹시 ‘잘못 없다’는 뜻인가. 계속되는 침묵과 책임 회피 앞에 여론이 점점 끓어 오르고 있다.

감염자가 다녀가 실명이 공개된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 마스크를 깜빡한 승객은 버스에서 끌어내려진다.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회는 4개월 넘게 폐쇄됐다. 모두가 피해자지만 말없이 감내한다. 물론 명단 공개 안 해도 그만이고, 사과 안 해도 그만이고, 대책 안 내도 그만이다. 법적으로 강제할 권한은 누구에도 없다. 하지만, 자신까지 감출 순 없을 것이다. 본인이 알고 그 가족은 알 것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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