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수돗물 유충 사태에…학교·가정·자업영자 등 지역사회 비상

인천시 서구 이외에 부평, 강화군 지역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돼 상수도 당국이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빵을 비롯한 대체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시 서구 이외에 부평, 강화군 지역에서도 수돗물 유충 신고가 접수돼 상수도 당국이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빵을 비롯한 대체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장용준기자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인천 서구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면서 지역사회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에 있는 유치원·초·중·고교 39곳은 ‘수돗물 없는 급식’을 시작했다. 급식을 간편식으로 대신하거나 생수로만 조리하는 식이다.

인천시 서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오는 24일까지 서구지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대체식단을 공급키로 했다. 당하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는 급식에서 국을 제외했고 생선구이 등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반찬으로 식단을 구성했다. 원당고등학교처럼 빵·음료 등의 대체식을 제공했다가, 식자재 세척·식기 헹굼 등 모든 급식 과정에 생수를 쓰는 곳도 있다. 이와 함께 복도에 있는 정수기 사용을 금지하고, 학생 1명당 생수 1병씩을 지급한다.

급식차질과 학생 피로도를 고려해 수업 자체를 단축한 학교도 있다. 마전중학교는 오후 3시인 하교시간을 오후 1시로 당겨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현재 서구지역 수돗물이 음용불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언제 급식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계양구·부평구 등 다른 기초단체도 정식으로 문제 상황을 확인하면 같은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시 불거진 수돗물 공포에 곳곳에서는 생수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당하동의 한 대형마트에는 생수 2~3박스씩을 카트에 담아가는 주민 발길이 줄을 이었다. 생수 구매가 급증하다보니 ‘품절’ 표시를 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인근에 있는 마트도 마찬가지다. 생수 판매 코너의 진열대가 텅 빌 정도로 구매가 급증했다.

마전동에 사는 최경선씨(35)는 “찜찜한 마음에 어제 쌀을 씻어서 지어둔 밥을 전부 버렸다”며 “2살 아기가 피부도 예민한데다 목욕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아예 생수로 씻기려 대량으로 물을 샀다”고 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어제부터 생수를 사가는 손님이 10배 가까이 늘었다”며 “평소엔 상품을 채우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지만, 지금은 수시로 계속 오가면서 채우는 중”이라고 했다.

대형마트가 생수 대란을 겪는 동안, 음식점 등 외식업계는 손님이 뚝 끊겼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코로나19, 유충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이 지역 외식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왕길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강숙희씨(71)는 “오전 장사가 중요한데, 오늘은 손님 구경도 못했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적은 상황에 악재가 겹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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