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헌 인천 세일고 교사 "개성 다른 아이들, 다채로운 숲 이루는 사회 꿈꿔"

인천 세일고 교사 홍석헌

“학교가 일종의 배양토라면, 사회는 자연토라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자연토에서도 능력을 펼치려면 제가 지하수처럼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해야죠.”

인천 부평구의 세일고등학교에는 소문난 ‘괴짜 선생님’이 있다.

커피부터 사진, 디제잉까지 학생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따라 해마다 함께 취미를 만들고 도전하는 홍석헌 교사(56)다.

29년차 베테랑인 그가 2015년부터 이끌어 온 융합과학동아리 ‘세일스팀(SeilSTEAM)’은 특정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멜레온 같은 홍 교사의 특징을 고스란히 닮았다.

오롯이 학생이 느끼는 문제점과 관심사에 따라 가설을 세우고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가게끔 도와주는 등 참여학생이나 활동분야에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와 4차산업을 연계해 라인트레이서 로봇으로 지역별 독립운동 지도를 구축하거나, 이동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숲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가상현실(VR)로 숲해설을 제작하는 식이다.

분야를 한정하지 않다보니 해마다 새롭게 하는 활동이 20개가 넘는다.

홍 교사는 “결국 지속가능한 학문을 하기 위해선 문ㆍ이과로 아이들을 구분하지 말고 인문과 과학을 결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묻고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대안이 있는 활동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은 걸 다 하게끔 도와줬더니 1년 6개월새 아이들이 활동하며 쓴 논문이 100종 이상, 5천쪽에 달한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가 아닌, 안전하게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지켜주는 울타리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홍 교사가 꾸린 울타리에서 튼튼한 종자로 자란 학생들은 어느덧 다채로운 숲을 이루고 있다.

2014년 홍 교사와의 연으로 개미생태에 눈을 뜬 동민수 학생은 현재 강원대학교에 곤충학과에 진학해 개미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밖에 다른 제자들도 공학도ㆍ교사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분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홍 교사는 “학생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며 “이들이 일궈낸 환경이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에너지가 돼 제게 돌아오는 셈”이라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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