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춤했다. ‘사이다’로 통하는 그의 워딩이 역풍을 맞았다. ‘서울ㆍ부산시장 무공천 발언’ 때문이었다. 한 방송에서 진행자와 나누던 대화 중 나왔다. 서울ㆍ부산시장직(職)은 전(前) 시장들의 추문으로 공석이 됐다.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정치 도의상 맞다는 의견이었다. 여론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되레 여론의 심리를 시원하게 대변해 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역풍이 셌다.
이낙연 전 총리가 다음 날 반박했다. “(무공천 문제로)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한가.” 이 지사를 더 주춤하게 한 것은 이해찬 대표다. “이 지사가 저렇게 말해버리면 일주일 내내 시끄러울 것이다.” 다분히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지사가 ‘의견일 뿐 주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보수 언론, 보수 논객들이 가세했다. 이 지사의 말실수 또는 입장 번복이라 평했다. 이 지사 측근들도 이 상황을 비중 있게 분석했다.
이재명 정치는 말 정치다. 적절할 때 과감히 던지는 일침이 그의 무기다. 대법 판결 이후에도 그의 언어는 계속된다. ‘그린벨트 훼손보다 신규 택지 개발이 바람직하다’(언론 인터뷰).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필요하다’(의원에 편지). ‘경기도형 기본주택으로 집값 걱정 없애겠다’(본인 페이스북). 모두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졌다. 대체적 여론도 좋다. 정치권에서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무공천’ 발언과는 다르다.
차이는 도정(道政)에 있다. 그린벨트는 경기도의 숙명적 현안이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곧 경기도의 문제다.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는 경기도가 치고 나갔다. 그 실험 경험을 살려 확대해보자는 주장이다. 근래 주택 문제 중심에는 경기도 부동산의 이상 폭등이 있다. 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모두 경기도 현안이거나 닥칠 일이다. 반면, 무공천 발언은 경기도정과 무관하다. 영역 밖의 일이라고 정치권에서는 해석될 수 있다. 이 분명한 차이가 환영과 역풍으로 구분된 것이라 본다.
굳이 정치적 언어로 정치권의 견제를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최대 광역 지자체인 서울시의 장(長)이 공석이다. 10개월 가까이 지어질 공백이다. 그 사이 전국 최대 지자체 대표는 이 지사다. 얄궂은 운명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 지사의 행정이 전국 지자체의 본이 되는 상황이다. 충실한 도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도 스스로도 진단했다. ‘나에 대한 기대는 성남시정ㆍ경기도정 성과에 대한 평가다.’
그 진단이 맞다. 그 속에 답도 있다. 가장 경기도적인 것이 가장 전국적인 것이다. 서울시장이 공석인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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