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면 80%는 남을 위해 쓰고 싶다’는 아들 말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이병석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 성남자동차검사소 차장(46)은 14년째 장애인시설, 종합노인복지관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며 소외계층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가 색소폰을 잡은 것은 가슴 철렁한 일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아내가 탄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다행히 아내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보험비가 나왔다. 연애 시절 리코더와 하모니카를 불어줬던 이 차장의 모습을 떠올린 아내는 색소폰을 사줬다. “음악 봉사활동을 해볼 생각이 있는가”라는 말과 함께.
처음 동호회에서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으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주인의 관심을 못 받은 색소폰은 2년간 장롱 속에 처박혀 있었다.
색소폰이 나온 것은 지난 2004년, 이 차장이 공단 입사 1년 후다. 전 직장이 지방에 있기에 개인레슨을 할 수 없었으나 도시에선 가능했다.
이 차장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던 2006년, 야탑동 무지개동산 예가원이라는 장애인 시설에 우연히 가게 됐다”며 “‘제 작은 재능’이라며 색소폰을 불었더니 시설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다. 이를 계기로 공단 내 ‘풀잎소리’ 색소폰 동호회를 만들었고 이게 알음알음 퍼져 경로당 등에서 공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 차장은 지난 2008년부터 한국안전교통공단의 ‘교통사고 줄이기 위한 행복콘서트’를 기획, 지금까지 40여차례 공연을 하고 있다. 사회도 이 차장 담당이다. 동영상을 통해 교통사고 예방 활동을 알리고 공연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무지개동산 예가원, 상대원동 황송노인종합복지관 등 장애인ㆍ노인복지시설에서 두 아들과 음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차장은 “초교 4학년 때부터 두 아들에게 색소폰을 가르쳤고 아내 역시 베이스기타를 연주할 줄 알아 온 가족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언젠가 큰아들이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봉사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아들들이 함께 공연을 하지 못하면 어르신들이 ‘왜 아들들은 안 왔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으로 인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즐겁다”며 “퇴직 이후에도 삶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해 음악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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