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도 없어...대책마련 시급
“민원을 처리하다 ‘욕설’을 들을 때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인천시에서 민원 처리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많은 시민이 찾아와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민원인의 욕설”이라고 했다. 민원인의 욕설에도 A씨는 참는 것 외에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민원인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보복 민원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민원인이 욕설을 시작하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이해하고 이를 처리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문제는 민원 업무를 맡는 공무원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업무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민원인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수많은 공무원이 민원을 받는다.
주민의 재산권 관련 일을 했던 B씨는 “한때 휴대전화 번호가 주민 1천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올라오면서 각종 항의전화 및 문자메시지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며 “공무원 특성상 공공부문 감정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지만 이를 보호받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 콜센터 등 공공부문 감정노동자가 쏟아지는 민원과 폭언 등으로 노동강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시는 관련 조례도 만들지 않는 등 감정노동자 보호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시에 따르면 인천의 민원 접수 통계 건수는 2017년 1만5천270건에서 2019년 2만8천485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일 평균 접수받는 민원 건수도 62건에서 115건으로 배에 가깝게 증가했다. 인천의 인구수 대비 민원처리량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원 담당 공무원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적수사태로 1일 3천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오면서 접수 담당자가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에는 공공부문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 조례 등도 없다. 반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대부분 특·광역시는 물론 경기·강원·전북·경남·제주 등도 관련 조례를 만들어 감정노동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공공부문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한 것은 인천연구원이 분석한 ‘인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실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연구원이 지난 1~2월 시 본청, 미추홀콜센터, 사업소와 직속기관,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등 142개 부서의 2천825명(응답율 34.93%)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 중 대부분이 폭언 등으로부터 제대로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헌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은 그 자체로 감정노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가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를 빨리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노동 보호체계를 경영 평가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 정책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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