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채 지나가라고 만들어놓은 길인데…정작 건너려고 하니까 자전거에서 내리라니요?”
수원시가 호매실지역 일부 ‘자전거횡단도’에 자전거 이용을 하지 말라는 사인블록(Sign block)을 설치, 앞뒤 안 맞는 행정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권선구 금곡로 102번길 사거리와 홈플러스 서수원점 앞 도로 등 호매실지역에 설치된 자전거횡단도 3곳에 약 560만원의 예산을 들여 사인블록을 설치했다. 사인블록은 도보 바닥에 설치돼 보행자 등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에 시가 자전거횡단도에 설치한 사인블록에는 ‘자전거는 내려서!’라는 문구와 사람이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가는 모습의 그림이 담겼다. 사인블록을 통해 자전거횡단도를 건널 때 자전거에서 내린 뒤 걸어가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일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를 건널 때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횡단보도 옆 공간에 별도로 설치ㆍ운영되는 자전거횡단도의 경우 자전거를 탄 채로 이동할 수 있다. 자전거횡단도는 자전거와 보행자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자전거만 통행하라고 만들어놓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자전거만 다닐 수 있어 보행자도 자전거횡단도 위를 걷는 것은 안 된다. 결국 수원시가 미리 조성해놓은 자전거횡단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인블록을 뒤늦게 설치한 셈이다.
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자전거횡단도에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할 거면 애초에 일반 횡단보도만 설치하면 된다”며 “자전거횡단도는 도시 내 자전거 인프라 확대를 위해 필요한 시설인데, 왜 굳이 세금까지 들이면서 무용지물로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인블록이 설치된 자전거횡단도를 이용한 시민 A씨는 “지난해까지는 내려서 건너라는 문구가 없었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생겼다”며 “자전거를 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자전거횡단도에서 자전거를 탄 채 이동할 수 있도록 정해진 건 맞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보다 내려서 걸어가는 게 더욱 안전하다”며 “사인블록이 있는 지역에서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으나 안전한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 시범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태병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