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관 앞둔 ‘경기도박물관’ 미리보기] 천 년 시간의 용광로··· 그곳에 가면 경기도가 보인다

1996년 개관 이후 25년만에 전시실 대대적 리뉴얼
고려시대, 천하의 중심·고려인의 삶 등 집중 조명
조선시대, 나라의 근본·개혁중심 등 생생한 역사

① 경기도박물관 전경
① 경기도박물관 전경

국가근본지지(國家根本之地) 나라의 뿌리가 되는 곳. 고려사 와 조선왕조실록 에서 경기 의 정체성을 드러낸 말이다.

근대화 이후 산업화를 경험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경기는 서울의 종속변수가 돼 버렸다.

수도권이란 단어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개경과 한양은 나무와 물에 경기는 뿌리와 샘에 비유됐다.

천 년 동안 개경(개성)과 한양(서울)이라는 다른 도읍을 가졌던 두 왕조에서 경기는 나라를 지탱하는 뿌리였다.

조선의 번영을 상징하는 징표가 바로 경기의 발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 고려ㆍ조선의 경기 ‘특별 구역’

현재 서울이 특별시이듯 고려와 조선에서 경기는 지방행정제도와 다른 특별 구역이었다. 1018년(고려 현종 9)에 시작된 고려시대의 경기제도에서 경기는 왕경(王京)인 개경과 함께 왕경개성부에 속하여 5도 양계로 운영되었던 지방제도와 달랐다. 물론 고려 후기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의 국무총리실에 해당하는 상서도성(尙書都省)이라는 부서에 직속 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 경기 역시 지방제도의 하나로 운영되지 않았다. 1414년(태종 14) 실시된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도(道)의 경우 충청도·경상도·전라도·함경도·평안도·황해도·강원도 등이 그 행정명칭이었지만, 경기는 경기도라고 하지 않고 단지 ‘경기’라고 하였다. 도(道)의 정치·군사·행정·경제 등 모든 것을 관장하던 장관인 관찰사 역시 충청도 관찰사·황해도관찰사가 정식 직명(職名)이었던데 비해 경기는 경기도 관찰사가 아니라 ‘경기관찰사’였다. ‘경기’가 도읍과 지방제도 사이에서 특별한 지역이라는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② [강상한취도]김홍도, 조선 18세기
② [강상한취도]김홍도, 조선 18세기

■ 천년경기 정체성은 다양성·포용성·개혁성·역동성

역사문화적인 측면에서 경기도의 정체성에 대해 “정체성이 없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경기의 역사문화적인 특성을 잘 알지 못한 데서 나온 푸념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의 물산과 문화 등은 경기도에 모여 여기에서 재생산되어 다시 곳곳으로 재분배되고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와 조선의 경기는 사통팔달의 지역이었다. 두 왕조의 문화는 경기에서 만들어지고 발전했다. 천 년의 경기문화는 우리 역사문화의 원형을 만들었다.

현재 경기도에 다문화가정이 많듯이 고려시대에도 그랬다. 고려시대에는 발해·거란·여진 유민들의 집단적인 귀화를 비롯하여 송·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이 고려에 들어와 살았다. 고려 인구의 약 15% 내외를 차지할 정도였다. 양주에 거란 귀화인들의 마을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경기 주변에 모여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고려의 문화를 융합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조선에서 표류 및 전쟁 등을 통해 간혹 들어오는 서양인이나 일본인들도 경기에 살며 조선의 문화에 적응했다. 이 같은 사회 환경은 경기역사문화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다양성·포용성·개혁성·역동성이 그것이다.

■ 천 년 경기 역사와 문화 풀어간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1996년 개관 이후 25년 만에 전시실을 리뉴얼하면서 앞서 살았던 경기인(京畿人)들의 이런 이야기를 현재의 경기도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한다. ‘여기가 경기!’라는 슬로건에는 경기도박물관에 오면 천 년 경기역사문화에 대한 정수를 볼 수 있다는 우리의 다짐을 담았다.

고려시대는 ①천하의 중심 고려, 고려의 중심 경기 ②‘코리아’의 시작 ③새로움이 시작된 곳 ④고려인(高麗人)의 삶 ⑤또 다른 출발, 조선시대는 ①경기, 나라의 근본 ②천혜의 요새 ③개혁의 중심 ④경기에 모이다’로 그 내용을 꾸몄다. ‘경기 사대부’들의 예술적인 측면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려고 ①조선의 문화를 이끌다 ②예술로 꽃피우다 ③경기인(京畿人)을 만나다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③ 경기도박물관 전시실
③ 경기도박물관 전시실

■ 역사현장의 중심에 있던 경기도 사람들

근·현대에도 경기도 사람들은 역사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서양 열강과 맞서면서도 근대의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일본 제국주의와는 가장 치열한 항쟁을 전개했다. 광복 후에는 산업화의 중심으로, 현재에는 글로벌사회의 주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경기도 근현대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①근대와 마주하다 ②근대 사람(近代人)이 되다 ③독립을 향한 염원 ④경기도의 오늘과 미래라는 이야기로 담아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이으려 했다.

구석기부터의 선사시대, 청동기시대를 이은 후삼국까지의 역사시대, 즉 ‘경기’ 출현 이전 경기 지역의 역사문화는 전사(前史)의 개념을 담아 별도로 담아냈다. 선사의 시작을 알리는 ①‘경기 땅에 사람이 등장하다’부터 ②선사시대 경기인의 생활 ③권력의 등장, 복잡해진 사회 ④마한을 넘어 백제를 세우다 ⑤통일국가, 신라가 그 이야기이다.

■ 기증유물에 대한 이야기

지난 25년 동안 수백 명의 경기도민들은 집안 대대로 간직해오던 소중한 문화재를 기꺼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 소장자료의 50% 이상이 도민의 기증유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애정을 가늠할 수 있다. 그중에 상당수는 국가 또는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되어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지정문화재의 대부분 역시 도민의 기증자료이다.

새롭게 꾸며진 기증자료실에서는 “모두의 보물이 되다”라는 주제로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①새로운 출발, 혼례 ②집안의 경사, 과거 급제의 이야기에는 새롭게 출발하는 경기도박물관의 다짐을 담았다. 애틋한 사연을 품은 소박한 자료로 그 이야기를 소개해 기증자들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

④ 백자유개호, 조선 15~16세기
④ 백자유개호, 조선 15~16세기

■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재개관 특별전시로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는 맥락에서 민화를 소재로 경기도의 인물·사건·문화유산 등을 주제화한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를 준비했다. 우리 역사문화와 경기도의 관계에서 ①경기 문화유산을 품다 ②경기 역사 인물을 그리다 ③정조와 책가도 ④역사의 장면을 담다를 내용으로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30여 명의 현대민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를 초대했다.

박물관에서의 현대적인 요소에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전통과 현대의 혼성, 이미지의 변용과 활용이라는 점에서 고답적이고 유물 위주의 박물관 전시 관행을 일정부분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또 경기도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도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것이다.

■ 여러분께 보내는 경기도박물관의 초대장

전혀 예기치 못한 팬데믹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 글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알람 메시지가 계속 진동한다. 이 상황에서 경기도박물관은 다음 달 4일 재개관 한다. 예전의 일상에서 도민들을 반갑게 맞을 수 있기를 정말 바란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한계도 있다. 리뉴얼을 위해 불가피했던 휴관을 마무리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도민들을 박물관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경기역사문화의 정수를 내용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경기도박물관으로 1천360만 경기도민,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⑤ 심환지 초상, 보물 제1480호, 조선 18세기 후반
⑤ 심환지 초상, 보물 제1480호, 조선 18세기 후반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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