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경찰 조직 내 성범죄…여경 성희롱ㆍ성추행 언제까지?

경찰 성 비위. 연합뉴스
경찰 성 비위. 연합뉴스

#1.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A 경감은 후배 여경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랜덤채팅방에 뿌렸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사진에 음란 문구를 합성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그가 유포한 연락처로 불특정 다수가 성폭력적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했고, 이 같은 범행은 지난해부터 약 9개월간 이어졌다. 범행이 발각된 뒤에도 A 경감은 반성 대신 집요한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을 준비 중인데 이후 변호사 자격을 얻을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그는 지난 28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 경기지역에서도 여성 경찰관에 대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북부권 파출소장 B 경감이 후배 여경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성추행까지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그는 이미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성 비위 의혹을 받는 B 경감을 직위해제하고 다른 지역 경찰서로 전보 조치했다. 이어 본청 차원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3. 지난 5월 인천지방경찰청에 한 통의 투서가 접수됐다. 인천지역의 한 지구대에서 간부 2명이 여경 1명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경찰관 2명은 다른 경찰서로 발령났다. 이보다 앞선 2월에는 또 다른 인천지역 파출소에서 새내기 순경이 피해를 봤다. 해당 파출소 소속 C 경위는 자신이 멘토를 맡았던 여경을 성희롱하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가 발각됐다.

동료 여성 경찰관을 성희롱하는 등 경찰 내 성 비위 문제가 계속되면서 경찰 조직의 윤리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생 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오히려 뒤떨어지는 성 인지 감수성을 보이는 이유가 낮은 처벌 수위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경찰 공무원에 의한 성 비위 292건이 발생했다. 서울청이 104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39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조직 내에서 발생한 사건은 179건으로, 전체의 61.3%에 달했다.

이 기간 발생한 성희롱 149건 중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인 파면ㆍ해임은 고작 17건(11.4%)인 반면, 105건(70.5%)이 정직ㆍ감봉 처분에 그쳤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내 성범죄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성 인식 차이의 영향도 있다”며 “그럼에도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다는 것은 사실이다. 성 비위를 줄이기 위해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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