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거침없는 ‘골드랠리’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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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를 ‘황금기’라 한다. 주로 현재보다는 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릴 때 쓴다. 물건이 귀해졌을 때 어김없이 붙는 단어도 ‘금’이다. 매년 태풍이 지나가면 배추값이 ‘금값’이 됐고, 김치는 ‘금치’가 됐다. 부(富)의 상징이 된 지 오랜데도 몸값은 천정부지다. 지난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를 마친 국제 금값은 온스당 2천21달러로 처음으로 2천 달러를 넘어서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탐험가 콜럼버스의 목숨을 건 모험도 부자가 되려 동양의 금을 찾아나선 데서 시작됐다. 콜럼버스가 살던 시대는 금을 신봉하던 시기였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는 지팡구(일본)를 황금의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왕이 사는 궁전이 지붕은 물론 창문까지 온통 순금으로 만들어졌다고 적었다. 금에 대해서 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세 유럽인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1년 8월 달러화의 금본위제(金本位制) 탈퇴를 선언했다. 1년 뒤 온스당 38달러로 달러화를 평가절하했지만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1980년 1월엔 온스당 873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초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란 혁명 등으로 투자가 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등락을 거듭하다 1999년 8월에는 온스당 251.70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줄이고, 금광업체들이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 금을 팔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값이 다시 치솟기 시작한 계기는 2001년 9·11사태다. 테러 공격에 대한 공포는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특히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거나 경제가 불확실해지면 곧바로 금을 사들인다. 2008년 3월, 1천 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올 초만 해도 1천5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3월18일 1천477.30달러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유례없는 금값 급등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탓인 글로벌 경기 위축이 지속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국외 투자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덜 비싼 가격에 금을 사들일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 한 돈(3.75g) 가격이 30만 원 선을 넘어서자 금은방엔 가정에 보관해 두었던 금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쪽에선 부의 축적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고 한쪽에선 팍팍한 살림에 보태려 결혼반지까지 내다 팔고 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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