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기능 저하 유발 노인 우울증, 혈액검사로 진단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혈액 속 적혈구 모양과 크기 변화로 노인 우울증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오대종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교수 등 연구팀은 18일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인 우울증은 삶의 질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체질환 악화와 사망까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분명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표지자(바이오마커)를 발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그동안 바이오 마커들은 비싼 검사 비용으로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반면, 이번 연구 결과는 비용 부담이 없고 간편한 혈액 검사만으로 우울증 발병 위험을 알아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혈액 속 적혈구는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세포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특유의 모양과 적절한 크기, 탄력성이 유지될 때 뇌의 모세혈관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원활한 산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이 지표가 증가하면 적혈구가 특유의 모양을 잃어 둥그렇게 변하고 크기도 커지며, 탄력성이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을 방해해 우울증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60세 이상 한국인 4천451명을 대상으로 일반혈액검사를 해 적혈구 지표를 측정하고, 노인 우울증 발병 위험과 연관성을 약 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가 가장 짙은 상위 그룹이 가장 낮은 하위 그룹보다 우울증 진단 위험이 1.95배 높았고, 여성은 1.5배 높았다. 또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가장 많은 상위 그룹에서 4년 이내 우울증 발병률이 하위 그룹보다 1.8배 높았으며, 여성은 2.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인 우울증 발병 전으로 알려진 염증반응과 혈관기능 손상이 인체가 적혈구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줘 뇌의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도 “적혈구처럼 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변화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이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