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가들의 에세이는 물론 환경, 삶,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때론 그림 한 장이 큰 울림이 주기 때문일 테다.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담은 그림책을 살펴봤다.
■환경,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커다란 커다란(글로연 刊)>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린이 낚싯대를 들고 집을 나선다. 기린은 원하던 대로 커다란 물고기를 낚지만, 그 물고기는 곰 인형을 삼키고 있다. 또 “커다란 커다란”을 외치며 기린은 낚시를 계속한다. 기린이 낚은 물고기들은 오르골, 장난감 자동차, 딸기 우유, 책, 사탕 등을 차례로 삼키고 있다. 기린은 생각한다. ‘아, 내가 쫓고 있던 것은 커다란 물고기가 아닌 행복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이구나.’
명수정 작가의 그림책 <커다란커다란>은 오늘의 우리에게 두 개의 이야기를 던진다. 삶에서 진정 커다란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버리는 수많은 것은 어떻게 쓰레기가 되는가. 형광의 색깔들로 그려진 이 물건들은 바다에 버려진 물건을 먹고 병드는 물고기에 대한 보고이자, 우리의 삶의 가치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지점을 말해준다. 값 2만1천원.
■인생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건(비룡소 刊)>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늘 마주하던 이들은 만나기 어려워졌고, 일상적인 것들은 일상이 아닌 게 돼 버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삶을 앗아감과 동시에 진정한 삶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살아 있다는 건>은 지금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다니카와 ?타로가 삶의 소중함에 대해 노래한 시 「살다」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시인은 삶을 거창한 것에 비유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 우리가 목이 마르거나, 햇살이 눈 부신 것 등 무척 일상적인 행위와 곁에 있는 존재를 환기하며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을 일깨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질문. 그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근본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뿐만 아니라 치열한 삶을 견뎌내는 어른들에게도 길잡이와 휴식처가 되어 준다. 값 1만3천원.
■누구나 시련을 견딘다 <어른의 그림책(메멘토 刊)>
그림책과 사람에 기대어 마음을 돌보고, 소중한 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방도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자 독서 에세이다. 저자 황유진은 한때 IT 통신회사에 10년간 다니며 워킹맘 생활을 하다 그림책으로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림책의 선한 영향을 전하고자 그림책테라피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책은 저자가 그림책 읽는 모임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았다.
함께 읽기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위기와 갈등을 재해석하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나누며 안도한다. 인생에서 휘청거리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고 누구나 시련을 견디는 법이라고, 그림책은 물론이고 함께 읽는 이들이 말해준다. 값 1만7천원.
정자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