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객 바글바글ㆍ바이러스 득실득실…고속도로 휴게소 방역 사각지대 전락

26일 오후 시흥하늘휴게소 푸드코트가 점심식사를 하는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조주현기자
26일 오후 시흥하늘휴게소 푸드코트가 점심식사를 하는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조주현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발이 묶인 피서객들이 국내 여행지로 몰리면서 이용객이 많아진 고속도로 휴게소가 ‘방역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휴게소마다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휴게소발 집단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시흥시 조남동 소재 시흥하늘휴게소(연면적 1만6천700㎡ㆍ지하 1층~지상 3층)는 500면에 달하는 주차 공간이 가득 차 있을 만큼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하지만 수많은 방문객이 오가는 휴게소 출입구에는 QR코드를 입력하는 전자출입 명부는 물론 체온 측정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휴게소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쉽게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휴게소를 방문한 이미영씨(28)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휴게소 이용하기가)찝찝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이천마장휴게소(연면적 2만7천491㎡ㆍ지상 1~2층)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배를 채우기 위해 푸드코트를 찾은 방문객 70여명은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 테이블마다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테이블 40여개 가운데 설치된 가림막은 불과 서너개에 불과했다. 이승윤씨(23)는 “가림막 서너개 설치해 놓을 거면 왜 설치해놨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설치된 가림막을 보고 실소를 터뜨렸다.

이처럼 도내 일부 휴게소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방문객을 제지하지 않고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방역체계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휴게소는 노래방과 PC방, 주점 등 12종의 고위험군시설이 아닌 저위험시설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휴게소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 등에서는 강제로 지침을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주차장과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분산 배치돼 있는 휴게소의 구조적 특성상 출입명부 작성이 어렵다”며 “확진자 발생 시 CCTV나 카드 승인내역 등을 통해 고객동선 파악 및 접촉자 선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입구나 계산대 등 고객 접점 시설에 손 소독제를 비치 중이며 테이블 가림판 설치 및 좌석배치(한 줄 앉기) 등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휴게소는 저위험시설로 분류돼 있어 강제적으로 지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휴게소 운영업체 등에 지속적인 공문 발송을 통해 방역지침 준수해 줄 것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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