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소방당국, ‘허탕 출동’ 수두룩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119에 신고하는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여름만 되면 말썽을 부리면서 경기도 소방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름철 습기 등으로 오작동이 빈번해지면서 ‘허탕 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인한 신고 건수는 1만189건, 올 상반기 7천642건이다. 화재속보설비는 화재 감지 즉시 자동으로 119본부상황실에 화재 발생 주소 등 사전에 녹음된 내용을 신고한다.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화재 위험이 큰 공장이나 주차장, 창고시설 등에 주로 설치된다. 사람이 화재를 감지해 신고하는 것보다 시간적으로 빠르고 24시간 감시가 가능해 화재 초기진화에 꼭 필요한 소방시설이다.

그러나 화재속보설비의 잦은 오작동으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오인 신고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에 집중되고 있다.

관할구역 내 반월국가산업단지 등 공단이 밀집한 안산소방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화재속보설비 1천479건 중 40.7%인 603건이 오인 신고였다. 이 중 182건(30.2%)가 7월에 집중됐다.

수원남부소방서도 화재속보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출동이 최근 2년간 1천400건이 발생했다. 수원남부소방서는 이로 인해 자체 추산 44%의 소방력 낭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폭우가 이어진 이달 초~중순께는 평소보다 높아진 습도로 기존보다 화재속보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출동 건수가 약 73% 증가했다. 화성소방서도 지난해 3천659건의 화재속보설비 신고 중 오인 신고가 845건(23.1%)이었다.

이처럼 더위 먹은 화재속보설비에 소방력은 낭비되고 있다.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적으로 소방차ㆍ구급차ㆍ지휘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 명이 동시 출동하게 된다. 도내 A 지자체 소방공무원 B씨는 “여름철 잦은 오인 신고 출동으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화재나 교통사고 등 긴급 구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성남에 있는 소방점검업체 ‘대한방재’ 관계자는 “자동화재속보설비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화재설비 오작동이 빈번하다”며 “화재속보 설비가 상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건물주나 관리인의 주기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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