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1-①

(쿠바) 카리브해에서 먹이 사냥하는 바다 가마우지

콜로니얼 건물들이 도시를 모자이크한 올드 아바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에메랄드빛 파도는 말레콘 방파제에 부딪혀 새하얀 물보라 꽃을 피우고 가마우지는 물속 먹이를 찾아 해수면 위를 곡예 비행하는 아름다운 카리브의 섬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인 쿠바까지는 거리도 멀지만, 아는 것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켜 사회주의 국가가 됐고 개방이 늦어져 ‘시간이 멈춘 은둔의 나라’ 정도다. 이념적으로는 북한과 가깝고 한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어도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숨결이 남아 있고 의사이자 혁명가인 체 게바라가 사회주의 꿈을 이룬 곳이다.

마침 미국 오리건 주 카이저라는 시골에 머물고 있어 포틀랜드 공항을 출발해 LA를 거쳐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후 항공사 카운터에서 미화 20달러 주고 쿠바 비자를 산다. 잠시 공항에 머물다 아바나 행 비행기를 타고 밤 8시가 넘어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배낭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자 여느 공항과 달리 호객꾼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아 조용한 첫인상을 느낀다. 관광 안내소에 갔으나 영어로 된 관광지도가 없다. 관광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왔지만, 한 나라 수도이자 관문인 국제공항으로는 빈약하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이글거리는 카리브의 태양은 이미 잠들었고 후덥지근한 밤공기가 온몸을 덮치자 피로가 몰려온다. 서둘러 국영 환전소에서 달러를 여행자 전용 화폐인 쿠바 쿡으로 바꾸고 택시를 탄다. 지긋한 나이의 운전사는 민박집 주소를 받아들고 알았다는 손짓을 하고 낡은 차를 몰아 역사지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향하여 막힘없이 달린다. 북반구에 속한 이곳의 1월 중순은 계절적으로 겨울 건기지만, 아열대성 기후라 습도가 높다.

카리브의 별들은 먼 곳에서 온 여행객을 환영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반짝이며 달빛 타고 흐른다.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모습에 취할 즈음 피로가 몰려들어 몸을 움직이자 어깨에 기대어 졸고 있던 아내가 잠에서 깬다.

20여 분 지나자 올드 아바나의 흐릿한 불빛이 보인다. 외곽에서 본 아바나의 밤은 생각보다 어둡다는 느낌이 들 때 차는 뒷골목을 휘돌아 낡은 4층짜리 건물 앞에 도착한다. 늦은 밤 적막감이 밀려들자 어깨에 멘 배낭은 다른 때보다 무게감을 느낀다.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 반응이 없다. 몇 분 지나자 여주인이 ‘내려갑니다(baja)’를 외치며 가파른 계단을 구르듯이 내려와 밝은 미소로 반긴다. 상큼한 그녀의 미소가 공항 환전소에서 받았던 언짢은 기분을 밤공기에 실어 날려 보낸다.

(쿠바)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의 올드 아바나 주거 공간 모습
(쿠바)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의 올드 아바나 주거 공간 모습

박태수 수필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