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싸고 논의가 뜨겁다. 정부여당은 올해 말까지 지방으로 옮길 100곳 안팎의 공공기관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기관이 122개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이 기회에 한 곳이라도 자기지역에 가져가려는 지방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도권과의 알력이 점입가경이다.
15년 전에 시작된 1차 이전으로 인천에 있던 6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졌고, 현재 인천에는 8개 기관이 남아있다. 이는 부산 23개, 대구 16개, 대전 42개 등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번 2차에서 인천은 항공안전기술원, 극지연구소, 한국환경공단 등 3곳을 또 다시 지방에 내줘야 할 상황이다.
1차와 달리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의 대형 국책은행도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이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포스트 홍콩’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 우리의 이러한 시도는 역주행이라는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시작돼 지난해 완료됐다.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 9개 혁신도시 조성지로 이전해 갔으며, 직원 수만도 5만2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현지의 인프라 조성 미비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돼 왔고, 이전 기관 직원들이 여전히 서울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소기의 국토 균형발전이 달성됐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채 또 다시 2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서울 집값은 더 높아졌고 수도권 인구는 더 증가했다. 지방 도시들은 자족 기능 확보와 자생적인 생산·소비 순환 구조를 구축하지도 못했다. 왜일까?
정부가 주도해서 공공기관 몇 개를 지방으로 보내는 탑다운 방식으로는 자족적인 혁신도시의 탄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모여들어야 하고 지역 거점대학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인재가 그곳에 남아야 한다. 이러한 혁신클러스터의 형성이 시장과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실리콘벨리가 그것을 입증한다.
우선은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우리 국토의 균형발전의 방향과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사는 길을 신중히 모색해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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