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꽃으로 기대를 모은 ‘경기도형 자치경찰제’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예산 부족ㆍ업무 혼선 등을 이유로 지자체 권한이 대폭 축소된 ‘반쪽짜리 자치경찰제’를 추진, 수년간 경기도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처지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차원으로 경찰법 개정안(자치경찰제 시행)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ㆍ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는 최근 당ㆍ정ㆍ청 합의안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과 관계있다. 개정안은 자치경찰을 신설(합의제 행정기관인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도 설치), 관할 지역 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안전ㆍ교통ㆍ경비ㆍ학교 폭력 업무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대 국회에서 논의된 자치경찰제 추진안과 차이가 크다.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많아지면서 조직 이원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경찰 측에서 업무 혼선을 우려했다는 이유에서다.
바뀐 내용을 보면 20대 때는 자치경찰본부(지방경찰청)ㆍ자치경찰대(경찰서) 신설을 통해 자치경찰도 별도 조직을 갖췄지만 21대에서는 국가경찰 내 자치경찰 사무를 운영하도록 일원화했다. 시도지사의 인사권 역시 기존안(치안정감ㆍ치안감 상당의 자치경찰본부장도 임용 가능)보다 이번 개정안(경정 이하에 대한 임용권 위임 가능)이 크게 제약됐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시ㆍ도의 시범운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경찰제를 찾으려 했던 방향도 내년 초 전국 일괄 시행으로 바뀌면서 ‘지방자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으로 민선 7기 시작부터 경기도형 자치경찰제를 준비한 경기도는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는 지난 4월만 해도 ‘자치분권 촉진 및 지원 추진계획’을 수립, 올 하반기 시범운영(경기도자치경찰본부 및 자치경찰대 10여곳 설치)을 기대했다. 관련 공청회ㆍ토론회ㆍ연구 용역 등 준비 사항도 정부 추진안이 180도 바뀌면서 활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안이 정해진 만큼 지자체 입장에서는 따르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며 “최근 경기도의회와도 이러한 부분을 공유했고, 아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니 타 시ㆍ도와 함께 인사권 확보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논의 과정과 의견 수렴 없이 (자치경찰제 추진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경찰 권력의 비대화와 치안 공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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