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지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2020년 7월에 들어서자마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중국발 저기압성 집중호우, 연이은 태풍 마이삭, 하이선으로 전국에서 시·군 단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강풍으로 바닷물은 육지를 올라타고, 폭우로 산사태가 속출하고 비탈면과 옹벽이 무너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즉각 현장기동반을 운영하는 등 응급복구와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다. 발 빠른 일부 지자체장은 시·군 본청 상황실이 아닌 현지 읍·면·동 사무소와 피해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자체장이 간과하는 게 있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관할 모든 구성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복지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사회복지란 한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향상과 행복을목표로 하는 직접·간접적인 방책을 통틀어 일컫는다.

필자는 광역자치단체 도시계획위원회를 이끈 적이 있다. 도시에 방재의 개념을 융합시킨 첫 주자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건설업자들이 토지를 점령하고 있다.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같은 해 시·군과 밀착해 가능하게 만든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산출하는 게 경제의 원리지만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지가 오래다. 국토환경성지도와 토지적성평가도가 양호한 토지가 시행사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 한다는 게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해당 지자체에서 기준을 정하고 규제하는데도 각종 위원회를 통과시키면 끝이다.

결국 집중 호우나 태풍에 맥없이 허물어져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옹벽 높이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임상이 양호한 산림에 물류창고,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업자들의 양심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규정을 강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지자체별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있다. 도시화 진행에 디딤돌 역할을 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예방하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 표고와 경사는 기본이고 국토환경성지표와 토지적성평가도를 엄격한 심의 잣대로 평가해 개발과 재난안전이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 집중 호우와 태풍이 닥칠 때마다 예산과 조직 타령을 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재난대비는 일상에서 생활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원칙에 입각한 행정처리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건설 업자들이 언감생심을 아예 근절시키는 길만이 점차 자연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전하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은 누구든 어디서든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국가가 난개발의 대명사에서 재난안전에 강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과 공직자들의 사명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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