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균이 9시부터 움직입니까”

꽤나 이름 있는 고깃집 사장이다.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직원 임금 맞추기가 빠듯하다. 감염예방 2.5단계 이후 극심해졌다. 이번 주부터 영업시간 제한에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9시 조금 넘으면 영업을 정리한다. 시급(時給) 기준 인건비라도 아껴야 해서다. 몇 달 전만 해도 이해와 배려가 있었다. ‘다들 힘든데 이해해야죠’라고 했다. 이젠 다르다. “코로나가 9시부터 날아다닌답니까.”

그렇다고 폐업할 수도 없다.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없다. 권리금을 챙길 대상이 없는 것이다. 수천만원의 초기 투자비용을 날릴 판이다. 건물주는 시설을 철거해야 보증금을 돌려준다. 여기에 드는 철거비용도 천만원 가깝다. 식당에 쓰던 집기류는 판매할 수도 없다. 시중 중고 가전제품 판매점마다 산처럼 쌓여 있다. 돈 주고 처리할 형편이다. 대출금의 상환 부담도 크다. 업장을 폐쇄하면 은행은 즉시 대출금 갚으라고 덤벼들 것이다.

그대로 있자니 월세 부담이 크다. 3월 코로나 창궐 때만 해도 달랐다. 임대료를 배려하던 건물주들이 많았다. 이른바 ‘착한 임대운동’이다. 이제 이런 인심도 사라졌다. 건물주들 역시 세금 부담 등에 손을 들었다. 7월 말 현재 건물주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감액해 준 상가는 전국 3만2천여곳이다. 4월 말 이후 변함이 없다. 오죽하면 ‘건물주도 함께 책임 분담시키라’는 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모두가 극한 벼랑에 서 있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대상을 놓고 첨예한 논란을 벌였다. 결국, 자영업자 등 ‘어려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지원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전혀 두텁지 않다. 자영업자에 200만원씩 준다고 한다. 앞서의 고깃집 사장, 또는 수많은 식당 주인들에게 턱도 없다. 무한정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300만원은 돼야 한다는 현실적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234명을 조사했다. 58.5%가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중 10.9%는 실제 폐업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조사다. 정말 큰일이다. 이러다가 나라가, 지역이 공동화되는 건 아닌지 공포스럽다. 재난지원금을 넘어선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 그 사장이 얘기했다. “(돈 없어 충분히 지원하지 못할 거면) 각종 세금이나 좀 줄여달라. 장사는 막으면서 세금은 왜 제대로 받습니까.”

고깃집 사장, 그리고 수많은 자영업자들. 이들은 지금 할만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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