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자녀가 돈 없어서 학자금 대출받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10여년 전 어느 정치 뉴스에 달렸던 댓글이다. 정치인의 황당한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이었는데, 어떤 뉴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댓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할 수 있나’ 감탄하며 네티즌들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김영란 알 낳는 소리 하고 있네”
최근 정부가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이번 추석에 한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완화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뉴스 댓글이다.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경제단체와 농축수산물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추석 선물세트 가격이 대폭 오르는 등 물가가 상승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김영란법 한시 개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이 실소가 터지는 댓글 한 줄에 국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표현된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최근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까지 잠정 폐지했다. 악성 댓글로 인해 선수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심적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고 있다는 이유다. 아직 연예ㆍ스포츠 뉴스 외 일반 뉴스에는 댓글이 허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타 뉴스에서도 댓글을 볼 수 없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악플러들에 대한 사회적 지적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결국 댓글을 폐지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답이라는 것이다. 악플에 대한 피해와 고통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댓글이 없는 세상에 살아보니 이 또한 뭔가 허전하다.
네이버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 제어 기술의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악플은 ‘감정의 영역’이기에, 사람이 아닌 AI가 얼마나 걸러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촌철살인 같은 댓글, 다시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긴 할까.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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