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으로 만나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눈 앞에서 만나니까 괜히 부끄러워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유치원 및 초ㆍ중ㆍ고교가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간 지 27일 만에 다시 등굣길이 열렸다.
21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원일초등학교는 이날 등교하는 1, 3, 5학년 짝수 반 아이들을 맞느라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원일초 선생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든 외부인에 대해 발열체크를 진행하며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여름방학 기간이었던 원일초는 이달 8일 2학기 개학을 맞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로 등교하는 건 이날이 2학기 들어 처음이다.
오전 8시30분이 넘어가면서 슬슬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설레는 발걸음으로 교정에 걸어왔다. 오랜만에 친구, 선생님과 재회한 학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재잘재잘 신나게 떠들면서도 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교실에 들어가기 전 실내화를 갈아신으면서는 말을 아꼈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2학기 첫 등교 수업이 진행됐다. 1학년2반 교실에 자리를 잡은 11명의 아이들은 투명한 칸막이가 놓인 책상에 앉아 조용히 연필을 잡고 수업에 집중했다. 계단에서 만난 1학년 김모군은 “친구들과 함께 장난치고 수업 듣고 싶었는데 그동안 못해 아쉬웠다”며 “다시 학교를 오게 돼 기쁘다”고 수줍게 말했다.
같은 날 1, 3학년만 등교한 수원시 영통구 신풍초의 3학년생 한모군도 “친구들과 밖에서 만나 뛰어놀 수도 없어 지루했다”며 “빨리 친구와 수다 떨고 싶다”고 전했다.
고학년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날 안양시 인덕원중학교 3학년의 한 학생은 “그동안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고 무엇보다 얼마 뒤면 고등학교 진학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과 대면 상담도 못 한 점들이 아쉬웠다”며 “오랜만에 등교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직원들은 쌍방향 수업 준비 등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바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현경 군포시 한얼초 연구혁신부장은 “원격 수업, 녹화 수업, 쌍방향 수업, 등교수업 등 교사들이 병행해야 할 수업방식이 많아 힘든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니 반갑다”고 했다.
장승자 원일초 교장은 “e학습터과 우리반2.0을 통해 쌍?항 수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5~6학년을 시작으로 추석 이후 전교생에게 적용될 것”이라며 “우선 아이들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 추석 연휴 특별 방역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달 11일까지 전국 유ㆍ초ㆍ중 등교 인원은 3분의 1, 고등학교는 3분의 2 이내로 유지된다. 교육 당국은 이후 등교 기간 연장 여부, 교내 밀집도 제한은 코로나19 상황, 방역 당국의 거리두기 단계 등을 반영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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