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대료 분노, 행정명령의 역습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임대료 감면 화두를 던졌다. 정부가 유권 해석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극심하다. 대부분 임차인이 이들엔 임대료 부담이 가장 무겁다. ‘우리만 피해 볼 수 없다’는 임차인(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대료를 감면해달라는 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는 이 경우 분쟁 조정에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유권해석을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몇 가지 법률적 논거도 제시했다. 임대차 보호법에 ‘경제 사정의 변동에 따라 임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민법도 예로 들었는데, 계약 당사자의 책임 관련이다. ‘쌍무 계약에서 일방 채무가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 불능하면 상대의 이행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가 도출한 가정은 이렇다. “지금처럼 감염병에 의한 집합금지 명령에 의한 경우… 임차인의 임대료 지급의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집주인에게 세(貰)를 포기하라는 것인데, 가능할까. ‘경제사정 변동’의 정도를 전(全) 국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토론해봐야 한다. 손해의 균등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강제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입자가 손해 봤으니 집주인도 손해 보라’는 논리의 정책적 타당성이다. 국가ㆍ지자체의 권한, 사유재산 침해, 사적 계약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제언을 주목할 이유는 분명하다.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칼처럼 서 있다. 금방 풀릴 줄 알았던 영업 제한이 반년을 넘긴다. 누적된 손해로 모든 걸 잃고 있다. 곳곳에서 폐업 기자재가 쏟아져 나온다. 어떤 조사에서는 소상공인의 60%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2차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는데, 20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론 한 달치 임대료ㆍ관리비 내면 끝이다. 각종 세금은 가혹하게 고지된다. 결국, 분노가 임대인들을 향했다. 이런 때 나온 화두다. 토론가치로 충분하다.

살폈듯이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고민은 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줄 궁리를 해봐야 한다. 아울러, 이 모든 게 ‘행정 명령’에 따라오는 ‘피 명령자의 역습’이란 점도 인식해야 한다. 국가ㆍ지자체가 내린 행정 명령은 손해의 감수를 포함하고 있고, 그 손해는 언젠가 국가ㆍ지자체가 보상해야 할 짐으로 돌아온다는 기본적 순리 말이다.

임대료를 깎아줄 묘안은 있는가. 행정명령의 역습은 시작된 것인가. 이 지사의 숨은 의중은 모르겠으나, 그가 던진 ‘임대료 감면’ 화두를 보며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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