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언론의 도 넘는 ‘낚시 제목’...우리사회의 단면을 꼬집다

대중매체에서 자주 쓰이는 몇 가지 표현들이 있다. 빈번하게 제목에 사용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키워드들, 일명 ‘낚시기사’에서 훌륭한 낚시꾼 역할을 하는 표현들이 여기 포함된다.

특정 표현들이 기사 제목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표현을 보고 기사를 클릭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대중매체에서 쓰이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터넷 기사들에서 쓰이는 표현을 보면 그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

어떤 연예인의 결혼 발표 기사가 뜨면 항상 앞에 붙는 표현이 있다. ‘품절남’, ‘품절녀’. 너무나 자주 보는 표현이라 당연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품절’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이다. 절대로 사람에게 사용될 표현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누군가는 ‘그냥 비유한 표현인데, 이렇게까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는 없지 않아?’라고 불만을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고 ‘사고파는 존재’로 정의하는 이 표현은 사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즉 인간이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에 정면으로 반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들에서 비롯된 또 이 표현들 때문에 강화된, 상품으로서 인간을 취급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또 우리는 유난히 기사 제목에서 누군가의 몸무게와 키, 몸매, 허리사이즈에 대한 언급을 자주 볼 수 있다. ‘168cm, 48kg’과 같은 직접적인 수치 언급과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베이글녀’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 표현들은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하게 사람을 신체적 특징과 규격으로 상품화하는 표현이다.

또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표현들은 이상적인 인간을 수치화하며, 인간을 우열로 구분한다. 특정 몸매를, 특정 비율을 최고로 여기게 하는 이 표현들은 대중매체에서 벗어나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수치화하고 규격화하는데 사용된다.

이는 TV에서 노출되는 연예인의 모습이 청소년에게 외모 지상주의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이 대중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언어 표현은 인간 인식의 기반이자 의사소통의 필수 요소다. 언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이뤄지는 사회도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 의사소통의 주요 통로인 대중매체와 언어 표현의 문제가 합쳐졌을 때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언어 표현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잘못된 표현을 고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 개개인의 인식과 적극적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언어 표현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비판 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회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작점이다.

양기서 분당영덕여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