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준비물까지 한가득... "가방 줘, 엄마가 들어줄게"

#1. 수원 정자초 앞에서 만난 홍서연양(10)은 자기 몸집 만한 가방 2개를 앞뒤로 멘 채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쥔 신발 주머니까지 합치면 홍양의 가방은 총 3개. 땀범벅이 된 홍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려놓은 책가방엔 교과서 5권과 물병, 그리고 학원에서 쓸 문제집 3권이 담겨 있었다. 또다른 가방을 열자 엄마가 아침에 챙겨줬다는 얇은 외투와 작은 3단 도시락이 나왔다. 가방 3개를 한 손에 들어보니 5㎏는 족히 넘을 만큼 무거웠다. 키 127㎝의 작은 아이는 자기 몸무게의 6분의 1에 달하는 책가방을 하루종일 들고 다녀야 하는 것. 홍양은 “선생님이 사물함을 못 쓴다고 했어요”라며 “친구들 보는 건 좋은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2. 학생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안양 양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김민진씨(48)는 요즘 딸과 함께 등굣길에 나선다. 며칠 전 어깨를 주무르던 딸아이의 가방을 들어본 김씨는 화들짝 놀랐다.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딸의 가방은 교과서 8권과 문제집 4권, 각종 수행평가 자료, 물티슈, 생수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대부분 학교 사물함에 넣고 다닐 것들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측에서 사물함 이용을 금지해 매일 들고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다. 매일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와 학원을 오갔을 딸이 안쓰러워진 엄마는 그날 이후로 등굣길 만큼은 직접 가방을 들어준다. 김씨는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아이가 챙겨 다녀야 할 책이 너무 많다”며 “공부만 해도 힘들 딸아이가 걱정돼 가방을 들어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1일부터 수도권 지역 학생들의 등교가 재개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사물함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특히 고3 학생들의 경우 수능을 70여일 앞두고 무거워진 가방이 체력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수도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는 3분의 1, 고등학교는 3분의 2 이내로 인원을 유지하고 등교한다.

들뜬 마음으로 등굣길에 오른 것도 잠시, 학생들은 무거워진 책가방 때문에 교실 의자에 앉기도 전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있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반복, 주 1~2회 등교, 교실 이동 수업 등으로 교과서는 물론 온갖 위생용품 등을 전부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사물함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나서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마저 대안이 없는 이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물함과 관련된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 학교마다 재량껏 운영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도내 학교 전체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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