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일대 주택가에 거주하는 A씨(35)는 퇴근 후 30여분 간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다 겨우 빈 공간을 찾아 주차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A씨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자신의 차량에 불법 주정차 딱지가 떼인 것. 딱지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어 “어쩔 수 없어 주차한 건데 과태료까지 물려야 하느냐?”라고 하소연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신고가 들어와 어쩔 수 없다. 억울하면 선생님도 신고하라.”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2.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B씨(54) 역시 미용실 앞 주차를 일삼는 이웃 주민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말다툼을 벌이며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신의 차량도 주차할 곳이 없어 4년 전 거주자 우선주차를 신청했지만 관할 구청에선 감감무소식이다. B씨는 “바로 어제도 이웃과 주차문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다툼을 벌였다”라며 “4년 전 거주자 우선 주차를 신청했지만 앞에 40명이 넘게 남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터져나온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수원시 조원동의 고질적인 주차대란 문제가 수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 간 상습적인 시비가 발생하고 서로 불법 주정차를 신고하는 사태가 만연해 있는가 하면, 폭행 사건으로까지 비화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25일 수원시 장안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조원1동에서 신고된 주차 관련 민원 건수는 9천42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원1동에는 이날 기준으로 1만2천771세대, 2만8천982명이 거주하는 반면, 주차가 가능한 공영 노상ㆍ노외주차장과 거주자우선주차 면은 823면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 일대 주민들은 매일같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속 전쟁을 벌이며 다툼을 벌이고, 급기야 이웃끼리 서로 주정차위반 사항을 신고하는 등 수년간 주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주차 문제로 주먹 다툼이 벌어져 주민들이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구나 문제 해결에 나선 수원시는 제대로 된 수요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등 답답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지속된 조원동 주차 민원과 관련 ‘2019년도 주차수급실태 조사’를 통해 주차장 조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나섰지만 그 결과 주차 공급에서 주차 수요를 나눈 주차수급율이 100%를 넘겼다며 주차장 조성 지역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주차공급 수에 아파트ㆍ빌라 등 외부인 주차가 불가능한 주차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원동 지역의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 지역 주차대란은 조원동이 주차면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생긴 구시가지 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민원이 지속하는 만큼 자투리땅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과 주차공유제 등 주차장 확보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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