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를 덮고 있는 현수막이 있다. 공장과 터를 매각한다는 안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일까. 본보 취재팀이 반월ㆍ시화국가산업단지를 찾았다. 공장 외벽, 도로변에 수도 없는 현수막이 붙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밝힌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이 있다. 7월 현재 시화공단 가동률은 66.7%, 반월공단 가동률은 67.1%다. 반월공단의 지난해 동기 가동률은 74.9%다. 7.8%p 하락했다. 덩달아 매출도 1천억원 줄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나쁘다. 10곳 가운데 4곳 가까이가 가동을 멈추고 있다. 60%에도 못 미친다. 7월 이후 코로나19는 더 악화됐으니 이게 맞는 듯하다.
그나마 매각이 된다면 다행이다. 새로운 주인이 공장을 돌린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아예 팔리지도 않는다. 공장을 하겠다는 기업이 없다. 결국, 가는 곳이 법원 경매다. 사업자금을 갚지 못하면서 넘어간다. 한 경매 사이트를 통해 실상을 확인했다. 1~8월까지 진행된 경매는 739건이다. 공장 또는 공장 용지만 쳤을 때 이렇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21건이었다. 경매에서도 매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올 낙찰률이 26.3%에 불과하다. 경매 진행은 금융권이 대출 상환 불능이 확정된 뒤 신청하고, 법원은 수개월 뒤에 진행한다. 코로나19로 넘어간 경매는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시화ㆍ반월공단은 한국 산업의 뿌리다. 가전제품, 휴대폰, 자동차의 모든 부품이 생산된다. 공단의 몰락은 완제품 생산 업계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인 분석이다. 코로나 때문일까. 현장의 목소리는 많이 다르다. 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 본부장이 말했다. “주 52시간 보완입법과 외국인 근로자 입국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제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나서달라.” 대책을 코로나19가 아닌 주 52시간제와 외국인 근로자로 설명하고 있다. 일선 기업인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주 52시간제부터 시작된 위기다.”
그렇다. 산업단지 몰락은 단지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턱대고 코로나19 위기로 싸잡아 뭉개고 있으면 안 된다. 주 52시간제를 보완할 입법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수급할 수 있는 방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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