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형화재 10건 중 4건 원인 못 밝혀

큰 공장 및 창고 발생 多

지난 5월 6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화재원인과 발화지점을 찾기 위한 3차 현장 합동감식 모습. 경기일보 DB
지난 5월 6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화재원인과 발화지점을 찾기 위한 3차 현장 합동감식 모습. 경기일보 DB

지난해 8월6일 오후 1시41분께 안성시 종이상자 제조공장 건화지기의 물류창고에서 큰불이나 고(故) 석원호 소방위 등 12명이 사상하고 81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 규명 과정에서 창고 내 다량의 ‘무허가 위험물질’이 불법 보관돼 있던 것으로 파악, 위험물질이 이상 발열로 폭발한 정황이 있었으나 화재 뒤 증거물이 존재하지 않아 원인규명에 실패했다.

앞서 2017년 9월16일 오전 2시10분께 4명이 부상을 당하고 60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화성시 우정읍 자동차 모형 제조공장 조이테크 화재 역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화재 원인으로 전기요인의 가능성이 지목됐으나 건물이 붕괴된 데다 내부 소실도가 높아 물적 증거 확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 최근 5년간 경기도 화재 원인미상 현황분석
▲ 최근 5년간 경기도 화재 원인미상 현황분석

최근 5년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 중 약 8%는 여전히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내 대형 화재 10건 중 4건은 발화원을 밝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최근 5년간 경기도 화재 원인미상 현황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연간 평균 화재건수는 9천866건으로 이 가운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는 7.8%인 77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형 화재(사망 5명 이상ㆍ사상자 10명 이상ㆍ재산 피해 50억원 이상)의 원인 미상률은 일반 화재보다 5배나 높았다. 도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23건 중 원인 미상으로 분류된 화재건수는 모두 9건(39.1%)이다.

▲ 최근 5년간 경기도 원인미상 화재 세부분석 그래프
▲ 최근 5년간 경기도 원인미상 화재 세부분석 그래프

이 같은 대형 화재는 큰 공장이나 창고 등에서 대부분 발생하는데, 이곳들은 샌드위치 패널구조 등 화재에 취약한 구조가 대부분인데다 진압과정에서 중장비를 이용한 잔해 제거 등으로 발화지점과 발화요인 특정이 불가능해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대형ㆍ주요 화재는 법적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조사관들이 명확한 발화요인 특정이 되지 않은 채 정황 증거만으로 화재 원인을 결론짓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화재 초기 전문인력 신속 투입, 장비 보강 등 화재 원인 규명률을 높이기 위한 방침을 세웠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대형 화재 시 초기단계에 20여명의 전문인력을 신속히 투입하고 화재조사 장비 교체 및 보강으로 증거확보 및 원인규명을 주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거점소방서 광역화재조사팀에 5년 이상 화재조사 경력자를 필수 배치하는 동시에 화재조사관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근 5년간 경기도 원인미상 화재 세부분석
▲ 최근 5년간 경기도 원인미상 화재 세부분석

한편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원인미상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산업시설이었다. 산업시설(공장ㆍ창고ㆍ작업장)이 204.6건으로 전체 27%를, 주거시설(단독주택ㆍ아파트 등)이 179건으로 23%를 차지했다.

이 밖에 차량 및 자동차 시설 등이 125건, 산과 들, 야외 등 임야가 73.6건, 판매ㆍ업무시설이 28.8건을 기록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12시~6시 사이가 전체 32%를 차지했으며 요일은 금요일이 15.6%로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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