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현역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 "사랑해" 남기고 소천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 매그너스요양병원 제공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5시 15분께 별세했다. 그는 향년 94세로 소천하기 전 지난달 7일까지 현역 의사로 활동하면서 환자들을 돌봐왔다.

고인은 지난달 중순께 노환이 악화해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말년을 헌신한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싶다는 뜻에 따라 지난달 23일 병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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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 매그너스요양병원 제공

병원 직원들은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는 ‘환자 바보’였던 그가 소천하자 깊은 슬픔에 빠졌다. 80세가 넘은 고령에도 매그너스 요양병원에서 내과 과장으로 근무했지만 직원들은 예우 차원에서 그를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손의섭 매그너스 의료재단 이사장은 “원장님의 소천으로 어깨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환자들도 마치 가족처럼 자신을 돌보던 고인의 죽음에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병원 관계자는 “검소하고 꿋꿋하셨던 고인은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실천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다”면서 “아예 병원에 기거하시면서 오로지 환자만 생각했던 병원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추억했다.

고인은 1926년 경남 진주에서 항일지사이자 기독교도인 부모님의 6녀 중 3녀로 태어났다.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중 물리학자인 남편과 결혼했다. 1959년 미국의 건너가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미국 병원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0년 넘게 개인병원을 운영했다. 1978년 남편의 죽음 이후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우리들의원)을 개원해 40년 넘게 무료 의료봉사에 매진했다. 2008년부터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남양주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을 맡아 여태 현역 의사로 환자들을 보살펴왔다.

▲ 한원주과장 프로필 사진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 매그너스요양병원 제공

고인은 작고하기 사흘 전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가족들과 직원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첫 번째 말은 “힘내”였다. 본인 스스로와 가족, 병원 식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직원들은 코로나 19로 고난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남긴 말씀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가 더 하실 말씀이 있냐고 묻자 고인은 “가을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맑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

남양주=심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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