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인천형 그린뉴딜 초안이 발표됐다. 아직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수정·보완의 여지는 있겠지만 그린뉴딜의 과녁을 제대로 겨냥한 보고서라고 보기에 많이 미흡하다.
세 가지 관점에서 비판하고자 한다. 첫 째 이번에 발표된 초안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존에 계획되거나 실행 중인 여러 정책들을 적당히 짜깁기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한 마디로 기존의 정책들을 그린뉴딜이라는 명제 아래 다시 한 번 헤쳐 모여 시킨 것일 뿐 그린 뉴딜의 핵심을 제대로 관통하는 정책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그린뉴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정부의 그린뉴딜에 부응하는 정책을 생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의제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닐진대 이런 저런 환경 관련 이슈와 에너지 정책을 적당히 조합해 ‘인천형 그린뉴딜’이라고 거창하게 발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둘 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한마디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도의 상승을 어떻게 멈출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보고서는 탄소의 순증량이 제로가 되는, 즉 탄소중립의 상태를 실현하는 인천의 로드맵을 발견할 수 없다. 실현 가능성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 때문인지 탄소 중립 달성에 대한 의견과 정책이 보고서 초안에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결정적인 결함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를 재생에너지 또는 수소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야심찬 계획은 고사하고 겨우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위한 용역 발주 계획이나 작년 ‘수소 융복합단지 실증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선정된 것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선도 도시 인천’이라는 타이틀에 끼워 넣는 것은 너무나 한가한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린뉴딜에 대한 시장의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뉴딜이라면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이 존재해야 한다. 그 파격은 인천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만이 결정할 수 있다. 좀 더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전략 초안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인천시 공무원의 책상 서랍 속에 숨어있는 많은 정책들이 좀 더 백가쟁명의 논쟁 속에서 튀어나와야 한다. 지난 10월 6일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천형 그린뉴딜 전망과 과제’ 토론회가 있었다. 한 토론자가 인천시 보고서를 받아들고 토해낸 울분을 관계 공무원 모두가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 토론자는 단 한 점의 절박함도 느낄 수 없었던 이 보고서 초안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 본다. 나 또한 그렇다. 보여주기 식으로 끝낼 게 아니라면 이 보고서는 전면 수정·보완돼야 한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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