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문제가 이상하게 가고 있다. 과하게 표현하면 누더기가 되고 있다. 애초 특례시 지정 조건은 인구 ‘100만 이상’이었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이 해당됐다. 이 기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00만 도시의 기능은 사실상 광역에 준한다. 울산광역시의 인구가 2020년 현재 113만이다. 그런데도 위 4개 시는 기초 지자체, 울산은 광역 지자체다. 행정ㆍ재정의 규모가 천양지차다. 이는 곧 해당지역 주민의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울산시를 기초 지자체로 떨어뜨리든지, 4개 시를 광역 지자체로 올리든지 해야 했다. 행정 수요, 재정 수혜의 국민 평등을 산술적으로 이루는 방법이다. 이를 감안해 나온 것이 특례시 구상이다. 100만 이상 대도시에 광역보다는 낮고 기초보다는 높은 단계의 지위를 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특례시라는 것 자체가 절충안으로 도출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게 엉망이 됐다. 50만 이상 대도시로 기준을 대폭 넓혀 버렸다.
대상이 왕창 늘었다. 경기도만 해도 수원ㆍ고양ㆍ용인 이외, 성남ㆍ부천ㆍ화성ㆍ안산ㆍ남양주ㆍ안양ㆍ평택이 대상이 됐다. 31개 시군 가운데 10개다. 원안(原案)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논란이 불거졌다. 제외된 50만 미만 도시들의 반발이다. ‘선택된 도시’와 ‘외면된 도시’라고 해석했다. ‘잘 사는 도시’와 ‘못 사는 도시’라고 규정했다. 이들로서는 당연히 할 소리다. 특례시의 고유한 목적은 그때 이미 사라진 것이다.
우리는 당시 원안 번복에 대해 이의를 밝혔었다. 추진이 어렵게 될 것 같다고도 전망했다. 그 예상은 불행히도 맞아간다. 민주당 내 복잡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각자의 목소리로 갈등하는 양상이 됐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가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보자는 취지였다. 좁혀진 이견은 없다. ‘절대 찬성’과 ‘절대 반대’의 극명한 대립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국민 시선이 신경 쓰였던지 마무리는 둥글둥글하게 했다. ‘대화를 통해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노력한다’고 했다. 문맥상 여기서의 단일안은 찬반 절충안을 말하는 듯하다. 만일 그렇다면 이건 두 번째 개악이다. 특례시 지정이 뭐 그리 대단한 별권(別權)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 알량한 지위를 줄이고 또 줄인다는 것 아닌가. 뭐가 남나. 그런 특례시를 왜 하나.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안 되면 백지화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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