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7월 파주시에서 아들과 022번 버스를 탄 L씨(34)는 버스를 타는 내내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생각했던 노선대로 가지 않아 버스기사에게 문의했더니 대뜸 ‘반대로 탔다’며 짜증 섞인 고성이 돌아왔기 때문. 버스기사의 짜증은 이에 그치지 않고 8세 아들에게까지 이어졌고 L씨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도망치듯 하차했다.
L씨는 “초행길이어서 물어본 것뿐인데 한심한 사람 취급을 하며 큰소리를 냈다”며 “당시 너무 무서웠고 내린 뒤에는 기분이 크게 상했다”고 말했다.
#2. 구리시 갈매동에 사는 J씨(28)는 지난달 운전 중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적한 교차로에서 빨간불을 보고 유턴을 하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오던 2-2번 버스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한 것이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J씨는 이틀 뒤에도 2-2번 버스가 똑같은 장소에서 빨간불을 외면하고 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J씨는 “처음에는 버스기사가 신호를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곳에서 상습적으로 신호를 위반하는 모습을 보니 저 버스를 매일 타는 승객들이 걱정됐다”고 했다.
‘시민의 발’인 경기도 시내버스가 친환경 전기버스 도입, 간선급행버스체계(BRT) 확대 등으로 편의사항 및 운행 환경은 좋아졌지만 기사의 난폭운전과 막말 등 서비스는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시내버스 노선은 2천126개, 시내버스 면허대수는 총 1만442대가 있다.
25일 경기도의 ‘도내 시내버스 민원현황 분석’을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도내 31개 시ㆍ군에 국민신문고로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은 총 1만4천8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막말이나 욕설이 포함된 불친절, 급정지ㆍ출발 등 난폭 운전으로 이뤄진 법규위반 민원이 1만1천315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한다. 시내버스 민원 10건 중 7건 이상이 버스기사의 서비스 불만에 대한 내용인 셈이다. 나머지 24%(3천518건)는 노선이나 차량 등 시내버스 환경 및 편의사항 관련 민원이다.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시내버스 환경 및 편의사항 민원은 다소 줄어든 반면, 시내버스 서비스 민원은 증가했다. 시내버스 월별 민원현황이 처음 집계된 1월과 가장 최근 현황인 7월을 보면, 환경 및 편의사항 민원은 1월 452건에서 7월 432건으로 다소 줄었고 서비스 민원은 1월 1천844건에서 7월 2천52건으로 219건 증가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시내버스 노선은 2천126개, 시내버스 면허대수는 총 1만442대가 있다.
이처럼 시내버스 서비스 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요인은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한 친절 서비스 교육 등이 부족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우수종사자 교육이 연 1회에 그치는데다, 이마저도 1년 중 단 하루만 이뤄지는 탓에 교육시간에 운행을 나가면 교육을 아예 받지 못하는 허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버스업체마다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기사들의 참여율은 저조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교육을 한다 하면 기사들이 교육비나 수당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사측에서는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적거나 서비스 질이 개선된 버스업체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주는 방식으로 버스기사들의 친절 운행을 유도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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