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동네 책방이 생긴 것은 불과 10여 년 남짓이다. 물론 그전부터 마을에 한두 곳씩 작은 서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학습지나 인문 서적 위주의 상점 기능을 가졌다면 특정 장르를 큐레이션 해 소개하고 판매하는 ‘동네 책방’이라는 트렌드를 가지고 오픈하기 시작한 서점 공간의 역사는 길지 않다. 책 판매뿐 아닌 ‘북 토크’와 ‘책 전시’ 책과 관계된 ‘워크숍’ 등 부가적인 문화 활동이 곁들여지면서 그곳은 찾는 독자층은 세분화되고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동네 책방은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독자들과 공유하며 교류한다. 이러한 동네 책방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생겼고 현재 큰 이슈로 대두되는 도서정가제는 동네 책방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어 새로운 책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동네 책방의 판매 서적들은 책에 표기된 정가에 판매되고 있으니 책의 할인 폭이 커질수록 동네 책방의 경쟁력은 자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책값의 할인율이 커지면 이익을 보는 것이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책을 사랑하는 진정한 독자는 책 가격이 저렴해지면 가격의 유혹을 차치하고 그만큼 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 책 구매 실적에 목적을 가진 기관에서는 다를 수 있다. 출판사는 책 가격의 할인 폭이 커지면 판매를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려 결국 갈수록 좋은 책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이는 창작자들인 작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출판사에서도 좋은 작가의 책을 출간하는데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에게도 출판사에도 창작자에게도 판매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 이슈화되는 이유는 뭔가 누구라도 혹할 금전적 이익을 주는 법제화로 국민에게 문화를 저렴하게 선심을 베푼다는 다분히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을까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동네 책방’의 운영자들은 금전적 이익을 우선으로 두지는 않은 것 같다. 좀 더 양질의 책을 선보이고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 하며 작가들과 출판사들과 좀 더 멋진 창작물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운영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은 서점 공간에서 출간된 서적 한 권을 위해 책과 관계된 전시를 하고 작가와 만남을 통해 독자들과 작가를 연결하기 위한 장을 마련해 독자에게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작가에게는 창작자로서의 보람과 자극을 줘 다음 창작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동네 작은 책방들은 판매 외에 책 문화의 양질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결국 우리나라 도서의 질과 독자의 질을 향상시키며 책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도서정가제 해지로 기존의 동네 책방 몇 백 개 없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이 있을까 싶지만 느리지만 긴 걸음으로 경제 정책이 아닌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