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 사학 채용 비리, 文정부 공정 비웃다

평택의 한 사학재단에서 대규모 채용 비리가 확인됐다. 재단 이사장 아들, 현직 교사 등이 연관된 조직적 범죄 행위다. 돈을 받고 취업시켰다는 것인데, 그 방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적발된 학교는 평택의 한 학교법인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행정실장과 현직 고등학교 교사 2명 등 3명이 구속기소됐다. 또 이들에게 부탁해 부정한 방법으로 교사로 채용된 교사 13명도 입건됐다. 범행가담이 확인된 직원까지 포함하면 적발된 사람은 22명이나 된다. 사실상 한 개 학교 재단의 거의 모든 분야 구성원이 범죄에 관여된 셈이다.

이 학교 재단의 채용 시험은 지난 2월에 있었다. 그냥 돈 받고 채용한 비리가 아니다. 채용 시험의 문제ㆍ답안지가 거래됐다. 행정실장이 지원자들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씩 받았다. 응시자 13명 전원의 돈 전달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경찰이 이 부분은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돈을 받은 재단 측은 시험 문제와 정답지, 면접 질문 내용을 전해줬다. 당연히 이들의 시험 성적은 최상위일 수밖에 없었고, 교사로 채용됐다. 당시 시험의 경쟁률은 37.5대1이었다. 나머지 응시자들은 열심히 해도 합격할 수 없는 시험에 최선을 다했던 셈이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최고 철학이다. 정권 초기 각종 채용 비리에 대한 사정의 칼을 휘둘렀다. 금융 기관, 정부 및 지방 정부 산하기관이 모두 대상이었다. 이 중 금융기관 채용비리 엄단은 사기업에 대한 국가권력의 과도한 관여라는 비난까지 감수했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수사에서도 학교 법인의 채용 비리가 불거졌다. 한 나라의 장관직이 가족의 학원 채용 비리에 휘둘리는 장면을 국민이 지켜봤다. 바로 그런 시기에 이뤄진 이 학교의 채용 비리다. 도대체 사학의 채용 편ㆍ불법 폐습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러나.

이 문제는 본보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 경기일보 기자들에 전해지는 정보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렇다면, 사학 채용 비리의 실상은 어느 정도인가. 물론 일부 사학의 비리가 전체 사학의 것으로 침소봉대 되는 것은 경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학 교사들은 제자 육성에 몸을 바치고 있음을 안다. 그렇더라도, 사학재단이 특권처럼 여겨온 잘못된 채용 관행에 대한 투명성 확보는 이번 기회에 공론화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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