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노랫말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넣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 음률에 맞춰 목이 터져라 불렀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였던 시절이었다. 독립협회가 영은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우기 위해 주춧돌을 세울 때 얘기다. 무궁화는 당시 열혈 청년들에 의해 그렇게 겨레의 꽃으로 탄생했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흘렀다.
▶무궁화 종류는 200종 이상이다. 꽃잎 형태에 따라 홑꽃, 반겹꽃, 겹꽃 등으로 나뉜다. 꽃잎 색깔에 따라 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 등으로 구분된다. 꽃 중심에 붉은색이 없으면 배달계다. 붉은색을 품으면 아사달계다. 단심계는 꽃 한복판에 붉은 무늬가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인들은 무궁화를 근화(槿花)라고도 부른다.
▶무궁화는 다른 꽃들보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꼭 우리 민족을 닮았다. 품성도 잔잔하다. 유난하지도 않다. 줄기에 털도 없다. 꽃이 피기 전에는 가지가 회색이다. 자루는 짧고 마름모꼴 또는 달걀 모양이다. 겉 껍질은 벗겨 종이의 원료 등으로도 사용한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꽃과 잎은 차로 마실 수도 있다. ▶하와이 무궁화도 있다. 줄기 높이가 2∼5m다. 가지가 많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다.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 윗부분에 톱니 같은 모양새도 있다. 잎은 쳐지지 않고 짙은 녹색이다. 여름에 새로 난 가지에 꽃잎이 두껍다. 꽃 색깔은 짙은 주홍색이다. 광택도 난다. 꽃은 며칠 간격으로 하루만 피어 있다 진다. 꽃이 제법 크다. 이국적이다.
▶임진홍(臨津紅)은 임진강에서만 피는 무궁화다. 1979년 임진강에서 채취됐다. 꽃잎은 꼭 바람개비 같다. 파주시가 유전자 개발에 성공한 게 올해 6월이었다. 순수혈통 모본 150주를 산림청으로부터 받아 증식한지 40여년 만이다. 파주시가 보급에도 나섰다.
▶무궁화는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근원은 하나다. 끈기와 진취성을 담았다. 한그루에서 3천송이 이상을 피운다. 겨레의 튼실한 기상이다. 파주시의 임진홍 보급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자못 궁금하다. 임진강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품으면서 흐르는 강이다. 그런 강가에 피는 무궁화여서 더욱 늠름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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